[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금강경(2) 경명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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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금강경(2) 경명에 관한 이야기
  • 전순환
  • 승인 2020.09.30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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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이란 경전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이 경전의 완전하고도 정확한 경명은 아니다. 구마라집(鳩摩羅什), 보리류지(菩提流支), 진제(真諦)의 한역본들에서 볼 수 있는 『금강-반야바라밀-경』도 아니다. 그 이후 달마급다(達磨笈多), 현장(玄奘), 의정(義浄)의 한역본들이 보여주는 『금강능단-반야바라밀다-경』, 『능단금강-반야바라밀다-경』, 『불설-능단금강-반야바라밀다-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1 지난 호에 소개한 뮬러(Müller) 계열의 범본들의 경명에도 ‘금강(金剛)’의 와즈라(vajra)와 ‘능단(能断)’의 체다(CHED-a)가 결합한 산스크리트 표현, 와즈라-체디카(vajra=chedikā)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금강경』 각 한역의 대상이 어떤 범본이었는지 알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이 붙긴 하지만 말이다. 

경전이든 노래나 영화 그 어떤 장르든 각각에 부여된 원제목은 내용의 전반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그렇다면 원래 제목에서 ‘능단’이나 ‘반야바라밀다’란 표현이 빠져 있는 『금강-경』 또는 Diamond Sutra란 명칭의 사용은 자칫 전체적인 내용의 초점이나 흐름을 잘못 파악하게 이끌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반야부의 다른 경전들처럼 이 경전에서도 중심은 반야-바라밀다(prajñā=pāramitā)이며, 능단-금강은 이를 수식하는 형용사로서 단순 직역하면 ‘금강을 능히 절단하는’이 된다. 

1  보리류지의 한역본(509년)에는 2종(T236a, T236b)이 있다. 현장 또한 본 경전을 648년에 2회에 걸쳐 번역했다고 전해진다. 본문의 『能断金剛般若波羅蜜多経』이 첫 번째 번역이며, 이 한역은 동경홍교서원(東京弘教書院) 『大日本校訂 大藏経』(縮刷藏本, 1880~1885年)에 수록되어 있다. 현재 우리에게 잘 알려진 두 번째 한역은 『能断金剛分』(T. 220(9))이다. 

 

| 경명의 유래

이 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득 ‘능단-금강’이란 수식어가 왜 어떻게 이 경전에 붙여진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전문 서적들을 찾아보고 여기저기 인터넷 검색을 한동안 해보았지만, 의문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답은 찾을 수 없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서인지, 아직 그 유래에 관한 문제 자체가 제기된 적도 없었다는 것이 현재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능단-금강’이란 표현은 본 경전을 이해하는 데 ‘반야바라밀다’ 다음으로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정답에도 해답에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필자는 『능단금강-반야바라밀다-경』의 범본과 한역본 대조 작업을 하면서 찾은 몇 가지 실마리들을 통해 ‘능단-금강’, 특히 ‘금강’이란 표현이 나오게 된 배경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범본에서의 금강  ‘금강’과 관련 의문을 갖게 만든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6세기에 기록되었다는 바미얀(Bamiyan)의 범본이 경명 없이 바로 경배 문구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 범본의 산스크리트 경명 vajracchedikā prajñāpāramitā는 아마도 사본에 쓰인 문자가 해독되고 그 내용이 파악된 후-일본과 중국 등의 사본들에 토대하여 편집되었기에 한역본들의 영향을 받은-뮬러 계열의 범본들에 따라 붙여진 것으로 추측된다. 

둘째, 경명의 누락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적어도 본문에는 ‘금강’을 뜻하는 vajra가 등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검색했지만, 지난 글에 언급한 6종의 모든 범본에서 이 단어의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누락이나 문서 훼손의 문제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vajra란 용어 자체가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음을 시사해주는 근거라고 볼 수 있다. 

 

한역본에서의 금강  그렇다면 한역본들에서의 상황은 어떠할까? 구마라집, 보리류지, 현장의 역본들은 단 1회이지만 경명 키워드 ‘금강’이 포함된 금강반야바라밀(金剛般若波羅蜜)과 능단금강반야바라밀다(能斷金剛般若波羅蜜多)를 본문에서 보여주고 있다. 등장하는 위치는 13장의 처음 다섯 개의 문구이며, 이는 수보리 장로가 법문의 명칭을 묻고 세존이 이에 답하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와 달리 같은 장소에서 진제와 달마급다의 역본들은 묘하게도 각각 ‘금강-능단’이 빠진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과 능단피안도(智慧彼岸到)를 보여준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필자가 현존하는 범본들을 단어와 문장의 단위로 대조한 결과, 특정 단어나 문구의 가감(加減)은 있어도 범본 간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범본들을 한역본들과 비교해 보아도 내용상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13장의 해당 산스크리트 문구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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