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다르마, 생태위기 시대 새로운 불교 행동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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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다르마, 생태위기 시대 새로운 불교 행동철학
  • 김선경
  • 승인 2020.09.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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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로이 지음 | 민정희 옮김 | 19,000원
                                             데이비드 로이 지음 | 민정희 옮김 | 19,000원

 

“마지막 나무가 잘렸을 때, 마지막 물고기가 잡혔을 때, 마지막 강에 독이 퍼졌을 때, 그런 다음에야 우리는 돈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이 남긴 말입니다. 

녹아서 쪼개진 얼음 위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앙상한 북극곰의 사진을 볼 때만 해도 기후변화 문제는 우리와는 좀 먼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올여름 우리는 코로나19와 유례없이 긴 장마를 겪으며, 생태 환경문제를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인디언의 말이 곱씹어볼수록 서늘해지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안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안전과 편리를 해결하며 눈부시게 발전해온 과학이(지금까지 그래왔듯, 아니 그래온 것처럼 보이는) 이런저런 생태적 위기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수많은 과학자들은 경고를 보냅니다. 지구 역사에 일어났던 다섯 번의 대멸종에 이어, 이미 여섯 번째 대멸종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입니다. 그 첫 신호가 기후변화라고 합니다. 인간 종種이 멸종하는 위기에 과학이 절대적인 대안이 되지 못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불교학자이자 선禪 수행자인 데이비드 로이 박사는 불교에서 해법을 찾습니다. 불교의 목적은 현세를 초월하는 데 있으니, 그야말로 이 세계를 초월해버리면 끝나는 것일까요? 마음챙김 명상하며 마음을 평안하게 가라앉히면 그만일까요? 그건 불교를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의 오해입니다. 로이 박사는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위기 앞에서, 불교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방식을 새롭게 돌아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간 ‘개인의 고苦’를 없애는 데 주력해온 불교가 집단의 고통에 대해 답하고 행동으로 나설 때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인 무상無常과 무아無我를 불교 자체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붓다의 가르침 역시 역사적 흐름 속에 변화되어 왔으며, 오늘날의 불교적 가르침은 지나치게 세속화되고, 개인의 심리적인 안정에 치우친 면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런 불교의 태도가 개인의 사회적 생태적 참여를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의 궁극적인 주장은, 개인의 변화라는 길과 사회의 변화라는 길은 실제로는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세상에 참여하는 것은 개개인의 각성이 꽃을 피우는 최고의 방법이며, 명상 역시 철저하게 ‘행위’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개인적인 수행으로 이해되어 온 상좌부 불교의 ‘5계’와 ‘사무량심’, 대승불교에서의 ‘육바라밀(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을 포함한 보살도 등도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회 참여적 실천법으로 삼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개인의 정신적 평화에 초점을 맞추어 온 불교가 이제 시대적인 과제로써 전통적인 가르침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오늘날의 불교인들이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불교는 지금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종교라고 서슴없이 말합니다. 인류가 직면해온 거대한 문제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데 불교가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그리고 ‘나’라는 한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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