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로 만나는 선지식] 분별에서 벗어나면 성스러움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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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로 만나는 선지식] 분별에서 벗어나면 성스러움이란 없다
  • 범준 스님
  • 승인 2020.09.0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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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달마(菩提達磨) 대사

| #1 새로운 세계로 나가다

서기 527년 달마는 3년의 세월 동안 배를 타고 중국의 남해에 이르렀다. 당시 중국은 6조 시대로 양나라는 수도를 건강(建康·金陵, 현재 남경)에 두고 번성한 국가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할 때 달마가 양나라의 남부 광주(廣州) 지방에 당도한 것이다. 양나라의 황제 무제(武帝)는 박학하며 문무 재간이 매우 뛰어난 황제였다. 그는 국가의 제도를 정비하고 법령을 제정해 학관을 일으키고 호적, 토지 제도를 확립하는 등 정치와 문화적인 기반을 확립했다. 번화한 광주 곳곳에서 달마는 무제의 공적에 대해 많은 소문을 들었다. 무제는 불교를 신봉하는 황제로 크고 작은 사찰을 무수히 건립하고, 출가한 스님에게 도첩을 주고, 국가사업으로 불교대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특히 국가재정을 들여 수도 건강에 동태사(同泰寺)를 건립하고 친히 『열반경(涅槃經)』을 강론할 정도로 불교 교학과 신심이 남다른 황제였다. 당시 사람들이 그런 황제를 ‘불심천자(佛心天子)’라 했으니 양나라는 황제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부처님 가르침이 이미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광주지방의 풍속을 살피고 난 후 달마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누추한 거처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어떤 날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에 자리를 잡아 때로는 법문을 하고 때로는 좌선하기도 하며 교화의 인연을 기다렸다. 어느 날 손님이 찾아와 광주자사 소앙(蕭昻)이 달마를 초청한다는 말을 전했다. 광주자사 소앙은 이미 예를 갖추어 무제에게 표(表)를 올려 인도에서 이름난 성인(聖人)이 오셨다고 알렸다.

광주자사 소앙은 불심이 깊은 무제가 틀림없이 그 성인을 수도 건강의 황궁으로 초청해 법문을 듣고자 할 것이고, 법문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은 후 자신에게 더욱 깊은 신임을 내리리라 생각했다. 소앙의 예측대로 무제는 광주자사 소앙의 표를 받고 기뻐하며 인도에서 온 성인을 맞이하는 조서를 내려 광주로 사신을 보냈다.

평소 외국에서 오는 스님들과 온 나라에 이름 높은 스님들이 있으면 항상 황궁으로 모셔 법문을 청하는 것이 무제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무제는 저 멀리서 황궁을 향해 걸어오는 인도의 성인 달마를 바라보았다. 성인의 행색은 조금 초라해도 광주자사 소앙이 보고한 바와 같이 법력이 느껴졌다. 무제는 위대한 성인을 맞이하는 간절함으로 성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 #2 중국 선불교의 흐름을 바꾼 질문

서기 527년 10월 1일 달마와 무제가 만났다. 무제는 달마가 모두에게 칭송받는 성인이니 도가 높아 그 어떤 문제도 능히 답변해 줄 것이라 기대하며 가벼운 인사를 나눈 후 드디어 역사에 길이 남을 첫 질문을 던졌다.

“멀리서 우리나라로 오셔서 부처님 가르침을 나의 백성들에게 쉬운 법문으로 알려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저는 이 나라 황제로 그동안 궁금했었던 몇 가지 질문을 하려고 합니다.” 

무제의 첫 마디를 들은 달마도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중국 땅에 부처님 가르침을 선교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 나라의 황제가 그토록 불심이 깊으니 궁금해하는 문제도 특별하리라 생각하고 기다렸다. 무제는 달마를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짐은 어려서부터 불교를 가까이하였고 양나라의 황제에 오른 이후 크고 작은 불사를 많이 했습니다. 때로는 사찰을 건립하고, 불탑을 세우기도 하고, 어떨 때는 스님들에게 가사와 발우를 공양하며 보시를 쉬지 않았고, 어떨 때는 내가 직접 불교 경전을 강론하기도 하면서 사람들을 깨우쳐 주기도 했지요. 사실 짐에게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많은 불사를 하며 선업(善業)을 지으려는 노력을 쉬지 않았습니다. 대사가 생각하기에 쉬지 않고 불사를 이루어 낸 짐의 공덕이 얼마나 되겠습니까[有何功德]?”

달마는 무제의 질문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대하고 기다린 질문이 자신의 불사 공덕을 묻는 것이라니…. 달마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고치고 무제에게 간단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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