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불교 생활] '나'라는 부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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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불교 생활] '나'라는 부조리
  • 원제 스님
  • 승인 2020.09.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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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가 진짜답지 않은 아이러니

영화에서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렇게 처절하게 오열하거나, 이를 데 없이 행복한 모습이 과연 현실에서 존재할까. 만일 현실에서 누군가가 이별하면서 슬피 우는 모습 그대로를 영화 형태로 찍는다면, 아마 감독에게 곧장 커트 당할 것입니다. 현실에서 실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결코 영화의 연기처럼 처절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합니다. 영화라는 가상세계에서의 연기가 우리의 실제 모습보다 더 사실적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멋진 신세계』의 저자 올리버 헉슬리는 픽션(fiction)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픽션의 문제는 그게 너무 말이 된다는 점이다. 반면 현실은 절대 앞뒤가 맞질 않는다.”

사실 픽션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창조되고 조직된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영화에서의 연기가 실제 삶에서의 감정 표현보다 훨씬 그럴싸한 것처럼, 픽션에서의 이야기가 실제 삶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대부분의 픽션에서 설정된 이야기는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을 맺게 되어 있고, 소설 인물들의 삶은 정황에 맞게 향방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사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삶이란 결론이 나지 않는 이야기의 연속이고,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결정된 미래는 죽음 외엔 없습니다. 가짜는 설명할 수 있지만, 진짜는 도리어 설명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입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진짜와 가짜가 뒤바뀐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진짜가 진짜답지 못하고, 가짜를 진짜처럼 느끼며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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