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나태주·정여울 작가와 템플스테이 어때요?
상태바
정호승·나태주·정여울 작가와 템플스테이 어때요?
  • 송희원
  • 승인 2020.07.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흥사, ‘책읽는 템플스테이’
정호승 시인 ‘당신을 찾아서’ 진행
7월 25일 북한산 중흥사에서 정호승 시인과 함께하는 ‘책읽는 템플스테이’가 열렸다.

문인과 함께 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책읽는 템플스테이’가 열렸다.

‘책읽는 템플스테이’는 북한산성의 유일한 템플스테이 지정사찰인 고양 중흥사에서 2018년부터 진행해온 인기 프로그램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라도 디지털 기기를 떠나 종이책을 읽으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고즈넉한 산사에서 1박 2일 동안 오롯이 책을 읽고 휴식하며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첫째 날 저자와의 만남 시간은 저자와 직접 만나 책을 매개로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참가자들에게 호응이 좋다.

지난 7월 25일 ‘책읽는 템플스테이’ 초청 작가는 신작시집 『당신을 찾아서』(창비)로 돌아온 정호승 시인이었다. 참가자들은 저자와의 만남에 앞서 미리 시집을 읽고 마음에 특별히 와 닿는 시를 한 편씩 선정했다.

정호승 시인의 시집 『당신을 찾아서』를 읽는 ‘책읽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매달 둘째 주 혹은 넷째 주 주말에 열리는 중흥사 ‘책읽는 템플스테이’는 ▲8월 8일 나태주 시인의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9월 12일 김소연 시인의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10월 31일 정여울 작가의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11월 28일 김중식 시인의 “울지도 못했다” 프로그램들이 예정돼 있다.

‘책읽는 템플스테이’에서 강연하는 정호승 시인.

| “시는 영혼의 양식이죠.”

정호승 시인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로 등단한 뒤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 유수의 시집을 낸 한국문단의 대표 서정시인이다. 『당신을 찾아서』는 올해 초 발간된 그의 열세 번째 시집으로 수록된 시 125편 중 100여 편이 미발표작이다. 정 시인은 썼던 시를 단 한 편도 남김없이 이번 시집에 모두 다 실었다고 한다.

정 시인은 일흔이 넘어서까지 시를 쓰고 읽고 생각하는 시인의 삶을 사는 것에 감사하다며 시는 자신에게 없어서는 안 될 숨결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사실 시를 모르고 살아도 사는 데는 아무 지장 없어요. 하지만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번 푸른 바다도 바라보고, 함박눈이 내릴 때 눈 맞아가며 혼자 걸어도 봐야 삶이 보다 충만해지지 않을까요? 저에게 있어 시는 영혼의 양식과도 같아요. 제가 시인의 삶을 사는 건, 신이 제게 준 큰 축복이에요.”

정호승 시인의 강연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인상 깊게 읽는 시를 한 편씩 낭송하며 감상을 나눴다.

정 시인은 “이 시집은 제 시집이지만 또한 제 시집이 아닙니다”라며 “이 시집은 읽은 사람의 것이기에 제가 쓴 의도보다 여러분의 생각과 느낌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마치 “북한산을 마음에 품으면 북한산이 제 것이 되는 것”과도 같다고 덧붙였다.

시를 낭송하는 참가자.

|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 난 채로

참가자들과 두 시간 동안 시를 매개로 이야기 나눈 정호승 시인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자신의 시 「산산조각」을 소개했다. 정 시인은 자신은 가톨릭 신자이지만 부처님 또한 스승으로 모신다며, 불교적 이미지를 차용해서 쓴 시들이 많다고 했다. 「산산조각」도 그 중 한 편이라며 시에 얽힌 일화를 설명했다.

2000년에 인도와 네팔로 성지 순례 갔던 시인은 룸비니에서 흙으로 만든 부처님 조각상을 하나 샀다. 한국에 돌아와 책상에 그 조각상을 올려놨는데, 흙으로 만든 조각상이 혹여나 바닥에 떨어져 깨질까 봐 계속 걱정했다고 한다. 불현듯 시인은 시적 상상으로 이러한 시구를 길어 올리게 됐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시 「산산조각」 중에서)

지금까지 썼던 시 1,000여 편 중 한 편을 고르라면 자신은 단연코 이 시를 뽑겠다며,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시구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고 고백했다. 정 시인은 중흥사와 참가자들에게 이 시를 선물하고 싶다고 말하며 끝맺었다.

“여러분도 인생이 산산조각 났을 때 그 파편 하나하나를 버리지 말고 모아서 소중하게 간직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시를 통해서 더욱 충만한 기쁨이 삶 속에 가득하길 바랍니다.”

‘책읽는 템플스테이’ 참가자 단체 사진.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