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세계 유무형문화유산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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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세계 유무형문화유산의 미래
  • 효탄 스님
  • 승인 2020.07.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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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_세계 유무형유산의 미래

나라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에 관심이 뜨겁다. 따라서 경쟁도 치열하다. 문화유산 등재는 그 나라의 국격과 품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네스코는 유엔 교육 과학 문화 기구로서 193개 회원국이 있으며 한국은 1950년 가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유형문화유산 14개와 무형문화유산 19개, 자연유산 1개를 보유하고 있다. 

 

| 세계유산 중 불교 단독 유산 3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하 산사)’ 등재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린 것은 2011년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이배용 위원장이 전통사찰의 세계유산 등재 계획을 제시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위원회가 해체됐다. 조계종은 문화재 관련 부처들과 협의하면서 각각 3회에 걸친 국내외 회의를 하는 등 최선을 다해 등재신청서를 올렸고 2013년 잠정등재 목록에 올랐다. 결실을 맺은 건 2011년으로부터 무려 7~8년이 지난 뒤였다. 모두 이혜은 동국대 석좌교수 등 관계자들의 노고 덕분이었다. 너무나 가깝기에 간과했던 우리의 소중한 불교자산이 세계인이 인정하는 문화유산이 된 것이다. 필자는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 소식을 그리스 마테오라 공중수도원을 탐방하던 때에 듣게 돼 감회가 남달랐다. ‘산사’는 미얀마의 퓨 고대도시(2014)나 라오스의 비엔티안과 루앙프라방(1995)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의 사찰은 그 역사성 못지않게 그곳에서 여전히 의례와 교리학습이 이루어지고, 수행자들이 사는 수행 공간이며, 사상이 전승되는 살아 숨 쉬고 있는 종합승원인 것이다.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 ‘종묘’ 3건을 유네스코에 유형문화유산으로 올린 이후 ‘창덕궁(1997)’, ‘화성(1997)’, ‘경주역사유적지구(2000)’,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 유적(2000)’,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 ‘조선왕릉(2009)’,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 ‘남한산성(2014)’, ‘백제역사유적지구(2015)’, ‘산사(2018)’, ‘한국의 서원(2019)’ 총 14건을 올렸다. 한국은 올해 ‘탈춤’을 올렸다 한다. 유네스코 등재는 진행형이다. 한국불교 유·무형문화유산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다.

유형문화는 전 세계에 걸쳐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높은 것을 선정하는 것이다. 2018년 통계로 보면 전 세계 167개국에 분포, 총 1,092건 가운데 문화유산이 845건, 자연유산 209건, 복합유산 38건이 등재돼 있다. 한국의 무형유산은 2001년에 종묘제례악과 종묘제례를 시작으로, 2003년에는 판소리, 2005년에는 강릉 단오제가 등재됐다. 이후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영산재,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처용무(2009-5개), 가곡, 대목장, 매사냥(2010-동시), 택견, 줄타기, 한산모시짜기(2011-3개), 아리랑(남 2012/북 2014), 김장문화(남 2013/북 2015), 농악(2014), 줄다리기(2015 동시), 해녀(2016), 씨름(2018 남북한 동시) 등 총 19건이 등재됐다. 최근 무형문화 등재에 관한 관심과 국가 간 경쟁이 심해지자 2015년 이후부터 한 나라에서 2년에 1개 후보작만 내게 하고 있으며, 공동 등재가 추세다. 2019년 기준 122개국 508개의 유산이 등재, 대표목록 등재유산은 429개, 긴급목록은 50개, 모범사례는 20개다.

 

| 무형문화, 살아 숨 쉬는 전통

유형문화유산은 과거 인류의 역사적 자산이며 고정적이고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유형문화유산에서 강조하는 것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 진정성(Authenticity)과 완전성(Integrity) 그리고 관리와 보호 요건의 충족이다. 유형문화유산은 역사적 건물과 유적이 특정 시대에 만들어진 진(眞)·위(僞), 현재까지 전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그 건물이 무형적이고 역사적·사상적인 측면까지 함께 함축돼야 한다. 불교 유형문화유산은 그런 면에서 다른 나라 유적과는 달리 현재까지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무형문화유산은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는 살아있는 문화전통이다. 무형은 시대에 따라 항상 변하기 때문에 어떤 특정 시대의 것이 진정성 있느냐 아니냐는 인정하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무형문화유산의 진정한 가치는 문화유산의 다양성과 평등성을 강조한다. 어느 나라, 어느 유산이 다른 유산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다는 사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유형과 무형을 보호하는 협약이 다르다. 또 유형문화와 비교해 무형문화를 덜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1972년 세계문화유산 협약이 이루어졌으나 무형문화유산 협약은 2003년에서야 겨우 통과된 역사적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은 유네스코보다 40년 앞서서 일찍부터 ‘인간문화재’ 제도를 운용해왔고 세계 각국의 롤모델이 되었으며 선도적인 위치에서 이끌어왔다. 한국은 유네스코 아테무형유산센터(2011)를 유치했고, 2004년 국제박물관대회(ICOM)를 처음으로 개최했으며, 세계 최초로 유일하게 영어잡지 「Internal Journal of Intangible Heritage(2006)」를 발간하고 전주에 국립무형유산원(2014)을 건립했다. 2015년엔 무형유산학회도 설립했다.

 

| 영산재 등재 계기로 무형유산에 관심

무형유산 분야에서 한국불교가 더욱 분발하는 계기가 된 것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인 영산재(태고종)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이 아닐까 한다. 남산 해오름극장에서 불교여성개발원이 유네스코 등재 기념으로 영산재를 무대에 올렸을 때 많은 관중이 환호했다. 유네스코 지정은 일단 해당 국가의 지정을 받았더라도 힘든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조계종에서는 국행수륙재의 국가지정을 위해 노력했으며, 2013년 12월 삼화사·진관사 국행수륙재가 126호로 지정받았다. 당해 사찰의 스님들, 그리고 이끌어주신 홍윤식·문명대 교수는 물론 많은 이들이 협심한 결과였다. 앞선 2012년 연등회가 국가지정을 받던 날, 그렇게 기뻐하던 고(故) 홍윤식 교수의 모습이 생생하다. 또 한편 한국무형문화유산 등재에 선도적이고 독보적인 역할을 해낸 분을 꼽는다면 고고인류학 전공자이며, 한국학술원 회원이자 동국대 석좌교수인 임돈희 교수다. 임 교수의 학문적 업적은 한국학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하신 것을 들 수 있다. 나아가 유네스코에 한국의 무형유산이 등재되는 데 공을 세웠다 해도 무방하다. 

근현대에 도시화·산업화를 겪으면서 우리의 것들, 세계문화유산 소멸을 막으려는 인류의 노력은 박수받을 만하다. 그 노력의 결과로 과학기술도 유·무형문화재에 빛을 보태고 있다. 빅 데이터, 인공지능(AI), 인터넷, 고속열차와 항공 등 과학 영역에서 핵심기술의 발전은 유·무형문화유산을 다양하게 전파하며 전통문화에 생기와 활력을 북돋고 있다. 또 유·무형문화유산은 우수한 전통문화를 대표해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행사와 회의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각종 무형유산 전시회와 현장체험 전시관은 국제문화교류 및 관광산업의 대표 주자로 관심을 끌고 있다. 2017년 6월 세계 27곳의 해외 중국문화센터에서 ‘전승과 혁신-중국 무형문화재 문화주간’을 열고 같은 기간에 총 160여 개 행사를 진행하며 중국의 전통문화에 세계 각지의 관중이 감탄한 것은 좋은 예다. 한국도 이러한 계획을 기획해 보는 것도 어떨까 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 하지 않던가. 문화유산도 한류 콘텐츠로 육성한다면, 충분히 보존과 활용정책을 잘 추진한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 연등회·발우공양 등 세계유산 가능

앞으로 유형유산 분야에서는 가야고분군 일대, 설악산-금강산 벨트, 그리고 DMZ 자연유산, 갯벌, 남해안 공룡화석군 등이 조심스럽게 그 등재가 점쳐지고 있다. 또 2018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의 경우, 그 경계를 확장한 선례가 됐으니 이미 등재된 것의 외연을 넓혀볼 수도 있다. 북한과 연계해서 세계유산을 끌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자연유산 등재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한국 불교계는 세계유산 ‘산사’ 등재 이후 어떤 계획이 있는가? 우리는 많은 불교유산을 가지고 있다. 전문적인 TF팀을 꾸려 이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시작으로 적극적인 자세로 나간다면 많은 가능성이 있다. 조계종은 연등회와 발우공양의 세계무형유산 등재에 관심을 쏟고 있다. 연등회의 경우 삼국시대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우리 민족의 공동체 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일본에 있을 때 일본의 3대 축제의 하나인 교토기온 마쓰리(통상 종교적 의식, 즉 축제로 번역) 및 정월의 신사참배 의식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참관한 적이 있었다. 연등회 및 마쓰리는 공고한 공동체 의식을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불교 의례인 발우공양과 사찰음식은 평등, 절제, 공동체, 생명존중 사상을 담고 있다. 현대사회가 지향하고 있는 가치인 청빈, 소박함, 친환경 요소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은 무형유산 세계 최다 보유국으로 40개, 그다음 일본 21개, 한국은 20개다. 우리는 국토의 크기와 인구에 비례해 절대 뒤지지 않는 문화강국이다. 좀 더 우리가 가진 무형문화의 외연을 넓힌다면 불복장 의례, 사경과 불수(佛繡, 불교자수)도 그 가능성에 넣을 수 있다. 불자가 우리의 불교문화유산에 관심을 두고 전승과 발굴에 좀 더 관심을 쏟아야 할 때이다.

 

글. 효탄 스님

효탄 스님
조계종 성보문화재위원. 충남 수덕사에서 출가, 동국대 사학과에서 한국불교사를 전공하고 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 중앙승가대, 동학사, 운문사승가대학에서 강의했고 일본 용곡대학에서 수학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문화재청 건축분과 위원을 역임했다. 현재 인천시 무형문화재 위원이며, 서울 은평구 소재 심택사 증축불사를 위해 정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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