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直指)로 만나는 선지식] 마음에 간절히 바라는 것조차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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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直指)로 만나는 선지식] 마음에 간절히 바라는 것조차 없어야 한다
  • 범준 스님
  • 승인 2020.07.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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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륵나(鶴勒那) 존자

| #1 상서로운 보호를 받는 아이

유목민족인 북아시아의 토가라(Thogara, 大月氏, 大月支) 출신인 학륵나(鶴勒那) 존자는 태어나면서부터 학의 무리가 아이 주변에 모여 감싸고 보호하는 기이한 일이 자주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아이가 큰일을 감당할 위대한 성인이 될 것이라 입을 모았다. 거듭되는 상서로운 일들로 부모는 아이의 이름을 학륵나(haklena, 鶴勒那)로 지었다.

학륵나는 어려서부터 총명해 모든 생명을 존중해야 하며 생명의 가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배웠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어느 날, 학륵나는 다른 종교를 믿는 마을 사람들이 사당에서 큰 제사를 지내는 광경을 보게 됐다. 제사를 주관하는 몇몇 사람들은 관례대로 재물로 쓰일 어린 송아지와 양, 돼지들의 네 발을 묶어 사당으로 메고 들어갔다. 이 광경을 목격한 아이는 뒤따라 사당에 들어가 제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말했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고 했는데 어째서 허깨비와 같은 신(神)을 숭상하고, 사람들을 현혹해 악업을 짓게 하고, 짐승을 죽여서 제물로 삼는 것입니까? 자신의 복을 받고자 생명을 죽이는 일은 옳지 못합니다. 그만 제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이 일이 알려지자 부모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행동과 학륵나의 평범하지 않은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여 학륵나를 존중하게 됐다.

 

| #2 제자를 찾아서

항상 학의 무리가 보호하던 학륵나는 22세에 불교 교단으로 출가해 30세에 스승인 마나라(Manorhita, 摩拏羅) 존자의 정법안장(正法眼藏)을 부촉 받고 부처님과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대중들을 교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인도에 이르러 교화는 더욱 활성화됐고 수많은 청년이 학륵나의 명성을 듣고 출가해 그의 문하에는 당대 인재들이 모여 수행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특히 학륵나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용자(龍子) 존자는 모든 대중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스승의 지극한 가르침을 잘 따르고 수행에 전념하는 용자는 인품도 훌륭하여 허물을 찾으려 해도 허물이 없을 정도로 수행과 지혜를 갖춘 수행자였다.

스승인 학륵나도 제자인 용자가 선(禪)의 등불을 부촉할 것으로 생각하여 크고 작은 일을 논의하며 제자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용자가 어느 날 갑자기 병으로 열반에 들게 됐다. 하루아침에 믿고 기대하던 제자의 죽음을 맞이한 학륵나는 한쪽 날개를 잃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제자의 장례절차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제자를 찾아야만 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대대로 전하기 위해 또다시 제자를 양성하는 일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자신의 사명이었다.

그날도 학륵나는 자신의 일과인 수행을 마치고 제자들을 위해 경전 강의를 준비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가 되자 일찍 수명을 다한 용자의 동생인 사자(師子) 존자가 학륵나에게 인사를 왔다. 학륵나는 손님을 반갑게 영접하며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다. 사자는 먼저 용자의 장례절차를 진행해 준 학륵나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처럼 말했다.

“형님인 용자는 부처님 교단에 출가했고, 저는 브라만교에 출가해 수행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형님의 죽음도 겪었고, 저를 지도하고 이끌어주셨던 브라만교 스승님도 얼마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형님과 스승님의 죽음으로 저는 죽음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형님에 이어 스승님마저 돌아가셔서 앞으로 나아갈 길이 막막합니다. 학륵나께서 저를 제자로 받아주시어 저를 진리의 길로 나가게 해 주십시오.”

 

| #3 진리에 가까이 가는 방법

해 질 무렵 찾아온 뜻밖의 손님에게 스승이 되어 달라는 요청을 받은 학륵나는 잠시 생각하며 슬픔과 기대가 가득한 사자의 얼굴을 바라봤다. 간단히 애도의 말을 전한 학륵나는 사자에게 평소 수행하며 궁금했던 것이 있으면 물어도 좋다고 했다. 평소 수행을 게을리했다면 의심되고 궁금하고 답답한 점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행에 마음을 다하고 진리를 얻고자 노력하는 수행자라면 의심 가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닐 것이다. 사자는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알고 기뻐하며 스승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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