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불교 생활] 아픈 영혼들(Sick Soul)
상태바
[슬기로운 불교 생활] 아픈 영혼들(Sick Soul)
  • 원제 스님
  • 승인 2020.07.25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행 전성시대입니다. 간혹 ‘모든 사람에게 수행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항상 같은 대답을 합니다.

“아니요. 수행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은 반드시 수행해야 하고, 수행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 사람은 수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수행은 사람의 상황과 필요에 따른 선택 사항이지, 무작위의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건강한 사람은 약 먹을 필요가 없듯, 건강한 정신을 소유한 사람은 수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소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만 수행합니다. 예로부터 깊은 깨달음을 얻은 수행자나 종교 지도자들은 정신적 결핍과 삶에 대한 비관을 계기로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정신적으로 충족을 느끼고 삶을 낙관하는 상태에서 수행을 시작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이미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이라면 애초에 수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수행을 통달한 부처님도 사성제(四聖諦)에서 고성제(苦聖蹄)를 첫 번째로 천명하셨습니다. 그만큼 고(苦)는 보편적 진리면서 수행의 출발점입니다.

 

| 붓다와 예수와 공자의 공통점

우리가 성인이라 여기는 분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고의 크기나 정황을 파악하고, 그에 대해 사색하는 수준이 남달랐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인도 사회 전통에 따라 이모인 마하파자파티가 석가모니 부처님을 키웠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가 부재한 상황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삶에 대한 질문과 사색으로 이끌었습니다. 동정녀 마리아로부터 태어난 예수님도 아버지가 없었습니다. 물론 예수님의 진정한 아버지는 천상 세계에 있는 하느님이지만 현실 세계에서 예수님은 아버지 없는 자식이라는 이유로 멸시와 비난을 받았습니다. 예수님은 진정한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대해 남달리 고민했을 것입니다. 공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자는 노나라 하급 무관이었던 공흘의 아들이었는데, 공흘은 공자가 태어난 지 3년 만에 죽었습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공자는 아비 없는 자식이라는 편견을 온몸으로 받으며 평탄치 않은 유년기를 보냈을 겁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나 예수님, 공자 모두 부모의 부재라는 공통된 결핍 상황을 겪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처럼 보이지만, 어찌 보면 부모의 결핍이라는 상황이 이 성인들의 필연적 운명이었을 수 있습니다. 상실과 결핍은 고통을 수반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에 대한 예민한 감지와 깊은 통찰이 감수성과 안목을 키워 사람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큰 버팀목이자 보호자입니다. 부모의 부재라는 숙명과도 같은 결핍을 겪은 세 명의 성인들은 유년기 때부터 사색의 깊이가 남달랐고, 정신적 성숙이 빠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