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전 원로의장 혜광 종산 스님 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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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전 원로의장 혜광 종산 스님 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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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6.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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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오전 홀연 입적한 종산 스님. 조계종 제공.
6월 23일 오전 홀연 입적한 종산 스님. 조계종 제공.

조계종 전 원로의장 혜광당 종산 스님 6월 23일 오전 5시 30분 청주 보살사 직지선원에서 원적에 들었다. 법납 72년, 세수 97세. 분향소는 지리산 구례 화엄사 화엄원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종단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6월 27일 오전 10시 화엄사에서 봉행되며 다비는 화엄사 연화사에서 진행된다.

1924년 10월 전남 담양에서 태어난 종산 스님은 광주의과대에서 수학하던 의사지망생이었다. 벗이 병고로 세상을 떠나자 육신보다 마음을 고치는 의사가 되기로 발심, 입산했다. 1949년 2월 자운사에서 도광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54년 3월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비구로 거듭난 스님은 마음 고치는 의사가 되기 위해 정진했다. 1953년 전남 강진 백련사 만덕선원에서 전강 스님을 안거를 난후 43여 년간 대흥사, 통도사, 해인사, 범어사, 동화사, 망월사, 천축사 무문관, 용주사 중앙선원 등 전국 선원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대강백 용봉 스님에게 경전을 배웠고, 당대 선지식으로 추앙받은 전강 스님에게 선의 방향을 봤다. 동산, 경봉, 춘성, 금봉, 청담 스님 등 한국불교 선지식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정진한 것.

쉬지 않고 정진했던 종산 스님의 일화는 유명하다. 범어사 조실이던 동산 스님 지도 아래 도반 3명과 눕지도 잠들지 않는 용맹정진을 하기도 했다. 몰려오는 잠을 막고자 널빤지에 못을 박아 앞에 세워놓고 수행하던 중, 20여 일이 지나 문득 도반의 이마를 봤다. 긁히고 찔리고 피가 엉겨 붙은 모습을 보고 ‘나는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가’ 깊이 돌아봤다. 그러면서 ‘나보다 못한 사람 없고, 이 세상 어떤 사람도 나보다 더 공부를 못한 사람이 없다’는 경책을 평생 되새기며 공부했다.

법호 ‘혜광(慧光)’은 그런 노력 끝에 받아 지녔다. 혜광은 해인사 조실 금봉 스님이 종산 스님과 법거량을 한 뒤 내려 준 법호다. 종산 스님이 해인사에서 정진하던 1958년, 금봉 스님이 물었다. “어디에서 왔느냐” “선방에서 왔습니다.” 그러자 금봉 스님은 “선(禪)! 선! 어떤 것이 선이냐?” 외치더니 염주를 들었다. 이에 종산 스님은 “진심(眞心)이 선입니다”라고 즉답했다. 그렇게 금봉 스님은 종산 스님과 한참 선문답을 나눈 뒤 법호 혜광을 내려 준 것이다.

이후에도 종산 스님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일평생 ‘여하시부모미생전 본래면목(如何是父母未生前 本來面目)’, 즉 ‘부모에게 나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라는 화두를 챙겼다. 후학들에게는 “계율을 머리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먼저 내 허물을 보고 참회하고,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계율은 목숨처럼 여겨야 한다”고 강조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경계했다.

종산 스님은 산중에 살며 계정혜 삼학을 지키며 사는 게 산승의 본분사라고 굳게 믿었다. 조계종의 어떤 소임도 맡지 않고 조용히 산에 깃들어 수행했다. 하지만 상구보리 하화중생하는 전법자로서 책임도 소홀하지 않았다. 중앙종회 임시의장과 법제분과위원장을 지냈고, 조계종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회의 의원으로 선출된 뒤 2004년 해인사에서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이후 2004년 6대 원로회의 의장, 7대 원로회의 의장으로 추대돼 종단의 위계질서를 세우고 승풍을 진작했다. 보살사 직지선원과 천은사 방장선원, 구산선문 태안사 원각선원, 화엄사 선등선원 조실로 추대돼 후학들에게 출가수행자의 지남철이 되기도 했다.

마음을 구하는 의사가 꿈꾸던 종산 스님의 꿈은 현실이었을까. 스님은 6월 23일 오전 잠깐 눈을 감았다. 이런 임종게를 남기고.

“문득 깨어보니 이번에도 잠깐 졸았구나. 부끄럽게도 왜 지금에서만 아는가!
다행히 기둥에 난 풀도 사람마음 꽃인걸 알아서 염치없지만 또 보고 싶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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