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깊은 숲으로 홀로 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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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에세이] 깊은 숲으로 홀로 들어가기
  • 이현주
  • 승인 2020.06.23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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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에세이 - 살며 사랑하며 1

언젠가 시골 산의 인적 드문 길을 따라 한없이 가다가, 되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들어간 적이 있었다. 막연하게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은 충동 때문이었다. 걸음걸음이 호기심과 두려움이 되어 조심스러워졌다. 혹시나 야생동물들이 나타나면 어쩌나, 뱀은 없는지, 시골 사람이라도 숨어 있다가 나를 덮치면 어쩌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의 발걸음을 가로막는 듯했다.

그런데도 나는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더 이상 눈에 들어 들어오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그저, 내 존재와 자연만이 덩그러니 마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발길은 멈추어지지 않았고, 깊이 들어갈수록 머릿속을 맴돌던 두려움도 걱정도 부질없어졌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고요한 정적 가운데, 풀을 헤치며 조심스럽게 내딛는 발걸음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작은 숲길을 따라가다 계곡이 흐르는 골짜기를 만났다. 그곳에서 몸을 눕혀 다리를 뻗고 이완할 만큼의 평평한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여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널따란 바위 위에 반듯하게 누워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이곳에 누워있었던 것처럼, 아늑하고 포근했다. 마치 내가 지금 사는 세상 저 너머 우주의 시공간이 열리고, 순간이 영원으로 이어지는 오묘하고도 자유로운 내면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은 자연이 내게 보내주는 축복 그 자체였다.

점점 내 존재는 평안해짐을 느꼈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아무런 의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누워있으면서 평안했다. 내가 바라던 상태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는 자각이 들었다. 온몸의 긴장이 풀리고 호흡도 부드러워지면서 차분하고 맑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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