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코로나19 그후, 우리] 집단 혐오 배제 현상에 갇힌 약자 곁에 설 때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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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코로나19 그후, 우리] 집단 혐오 배제 현상에 갇힌 약자 곁에 설 때 존재 이유
  • 박수호
  • 승인 2020.06.2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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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속 불교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변화의 시험대로 옮겼다. 비일상의 일상화. 변화의 폭풍은 가라앉고 인류는 살아남겠지만 다른 세상에 살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영원한 것도 없고, 특별히 집착할 것도 없다. 부처님 가르침이다. 그러나 모든 이가 각별하게 기억하는 선명한 흔적이 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는 어느 한 국가나  민족을 넘어서 인류에게 뚜렷한 상흔을 남기고 있다. 일부 호사가들은 서구 사회가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역사를 구분하듯이 코로나19 사태는 또 다른 역사적 전기라고 주장한다.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코로나 이후)’라는 생경한 개념,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겪는 과정에서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암울한 전망을 선뜻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 개인 자유보다 공동체 안전 우선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삶을 구분하는 핵심적인 변화는 ‘언컨택트(uncontact)’다. ‘비대면, 비접촉 혹은 거리두기’ 등으로 풀이하면 무리가 없을 이 현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 노멀’의 대표적 상징이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사태의 초기부터 강조했던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언컨택트를 적용한 사례다. 혁신적 방역 모델의 하나로 평가받는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 손에 들려주는 것 대신 도착 문자로 배달을 종료하는 택배, 띄엄띄엄 앉거나 마주보기보다는 같은 방향을 보는 자리 배치 등도 언컨택트한 새로운 일상이다.

두 번째 변화는 ‘디지털 라이프’의 심화다. 물론 일상생활의 디지털화는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된 현상이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게 강제된 언컨택트는 디지털 라이프의 수용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장을 보고, 학교에 가고, 종교 생활을 하던 아날로그적 생활은 느닷없이 디지털 영역으로 전환됐다. 그동안 디지털 세상에 적응하는 것은 익숙함과 편리함 사이에서 발생하는 선택의 문제였다. 아날로그의 삶은 다소 느렸지만 나름의 가치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을 감내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익숙한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컨택트가 일상화된 후에도 아날로그적 삶에 머물러 있다면 거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고립되거나 배제될 수 있다. 생존 위협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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