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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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행
  • 김형중
  • 승인 2020.05.2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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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에세이 - 살며 사랑하며 2

처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과거의 사스나 메르스처럼 잠깐 지나가는 바람인 줄 알았다. 일기장에 코로나의 명칭이 처음 적힌 날이 2020년 2월 24일이다. 이날 공공기관의 미술관, 기념관의 ‘관람 폐쇄’ 명령이 내려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때만 해도 방송에서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정도로 권고하고, 여행을 자제하는 단계는 아니었다. ‘추사의 서예 세계와 불교와의 인연’에 관심을 두고, 충청도 예산에 있는 김정희 선생의 고택과 추사기념관을 찾았다.

첫 여행지인 수덕사는 한산하고 고요했다. 조계종이 방역 당국의 집단 감염에 대한 종교활동 연기 권고에 동참하는 취지로 재빠르게 산문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수차례 수덕사에 왔지만 외롭게 홀로 계실 부처님부터 참배했다. 부부가 큰 법당에서 절을 올리며 ‘부처님, 코로나19가 빨리 지나가도록 해 주셔요’라고 기도했다.

절 입구에 있는 이응노 화백이 살았던 수덕여관과 선미술관을 관람했다. 관람객이 세 사람뿐이었다. 미술관에 전시된 이응노 화백의 문자(文字) 추상도가 눈길을 끌었다. 그가 쓴 ‘佛’ 자는 크고 격조가 있었다. 수덕여관 모퉁이의 너럭바위에 새긴 그의 문자 추상도는 충청남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었다. 절 입구에 미술관이 있어서 불교 문화예술의 발전과 포교 차원에서 너무 좋았다.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윤봉길의사기념관(충의사)이 있었다. 잃어버린 나라를 독립시키려고 25세의 젊은 나이에 산화한 의로운 대장부의 애국심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기념관에는 “제 시계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선생님의 낡은 시계와 바꾸어 차시죠”라며 김구 선생과 바꿔 찬 윤봉길 의사의 회중시계도 있었다. 전시된 『염락풍아』의 필사본에 ‘윤봉길이 8세 때 지은 한시집’이라 되어 있어서, 살짝 오류를 바로잡기도 했다. 『염락풍아』는 송나라 때 대표적인 성리학자의 시문을 모아서 편집한 책이다. 여직원에게 책 소개가 틀렸다고 알린 뒤, 기념관을 나와 추사고택으로 향했다.

추사의 고택 역시 맞이하는 주인이 없고, 손님은 우리 부부 둘뿐이다. 아무도 없는 추사의 방에 들어가 누워도 보고 앉아도 보았다. 작년에는 제주도 대정마을의 추사 귀양지를 다녀왔다. 추사의 예술세계와 불교와의 관계를 연구해 불교 인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일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아들의 고시 합격을 위해서 추사가 평생의 지우인 대흥사 초의 선사에게 써준 『반야심경』을 모본으로 사경(寫經)을 하고 있어서인지 감회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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