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도 없는 한 가지, 독박 육아의 해탈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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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도 없는 한 가지, 독박 육아의 해탈 경지
  • 조민기
  • 승인 2020.05.2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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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그대가 주인공입니다 ▶ 생활밀착형 육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면 보살이요, 두 마리를 키우면 부처라는 이야기가 있다. 같은 유머로 아이가 한 명이면 보살이요, 두 명이면 부처라고도 한다. ‘참을 인(忍)’을 3번이 아니라 33번 아니 333번을 가슴에 새겨도 여전히 정답도 왕도도 없는 것이 육아다. 평생을 자식으로만 살아왔던 사람이 부모가 된다는 것은 천지개벽과 맞먹는 엄청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엄청난 일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결혼이 로맨틱 코미디를 거쳐 멜로 드라마로 완성되는 과정이라면 육아는 스펙터클한 하드보일드 액션이자 서스펜스 스릴러이며 판타지 호러에 가깝다. 하지만 그 안에서만 찾을 수 있는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으니 치명적인 함정이라 할 수 있다.

 

| 태교의 이상과 현실

내가 꿈꾸는 태교는 사랑스러운 임부복을 입고 우아하게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고상하게 경전을 베껴 쓰면서 모성애를 느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젊지 않은 나이에 아이를 가졌기에 임신 초기와 중기 말기까지 소소한 주의사항이 무척 많았을 뿐 아니라 컴퓨터와 노트북에 익숙해져서 손글씨를 쓰는 것이 낯설고 어려웠다. 게다가 사경을 하면서 눈도 침침하고 허리도 아플 뿐 아니라 못생긴 글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무엇보다 느긋하게 태교에 전념할 만큼 한가한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잔뜩 밀려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상상 속에서 그려온 태교를 얼른 포기하고 현실에 집중했다. 그러자 성취감이 훨씬 컸다. 아이가 배 속에서 커가는 동안 나는 두 권의 책을 냈다. 그렇게 늦봄과 한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지나 마침내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아이와 처음으로 눈을 맞춘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가 엄마가 되었다는 것에 감동하여 눈물이 났다. 상처가 났을 때 소독약을 바르는 것처럼 육아가 버거울 때면 나는 그때의 감동을 떠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아직 효과는 있다.

 

| 육아와 단군신화의 공통점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후, 나의 삶은 완전히 변했다. 나의 모든 세포는 엄마라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 아이의 작은 옹알이에도 무슨 일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했고, 아이가 잠을 잘 자고 있어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이가 트림만 잘해도 신통하고 기특하여 어쩔 줄 몰랐고, 아이가 변을 제때 보지 못하면 세상이 암흑 같았다. 나의 모든 감각과 능력은 오직 아이에게 반응하기 위해 존재했다. 잠도 못 자고 제때 씻지도 못하고 심지어 화장실을 가지 못해 얼굴이 누렇게 떴으나 그런 것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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