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오랫동안 몸담고 있던 보금자리를 떠나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학교를 정년퇴직하고 만년의 삶을 시작한 것이다.
요즘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그래서 흔히들 새로운 인생을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나는 몇 해 전부터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아, 내가 달라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60 무렵부터 그런 조짐이 나타났던 것 같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신체적인 변화 때문이었다. 차를 운전하며 작은 길로 들어서는데 감각이 예전 같지 않아서 처음에는 ‘어, 왜 이렇지?’ 하고 넘겼다. 해마다 한 번쯤 그런 일이 되풀이되자 그제야 알았다. 그건 자연스러운 신체 기능의 퇴화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환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건강과 영양 모든 게 좋아진 요즘에는 정년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우선 후속 세대에게 일을 맡기고 현역에서 물러서는 게 사회 운영상 타당하다. 학교 같으면 학생들이 달라지는데 그만큼 그들과 소통이 더 나은 젊은이들이 일을 맡아야 한다. 우리보다 새로운 감각으로 훨씬 잘 해낸다. 혹 우리에게 못 미더운 부분이 있다면 이미 세상이 다르게 요청하고 있어 그에 맞춰 변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꺼이 다음 세대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아직 하던 일을 감당할 수 있다 하더라도 건강이 예전과 조금씩 달라진 것은 더더욱 물러나는 것이 타당함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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