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방의 자전적 에세이 - 문자언어에서 조형언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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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방의 자전적 에세이 - 문자언어에서 조형언어로
  • 강우방
  • 승인 2020.04.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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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조형언어를 찾아가는 길고 긴 탐험의 길을 시작한다. 그렇다는 것을 자서전을 쓰면서 알게 되었으니 자서전은 자신의 재발견 계기를 마련해 준다. 아, 어려운 일이다. 조형언어를 다시 문자언어로 써야 하니까. 앞으로 처음 듣는 이 낯선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제는 문자언어보다 조형언어를 자세히 관찰하며 눈을 떠서 새로운 세계를 체험해 보기 바란다. 진리를 귀로 듣지 말고, 눈으로 보아야 한다. 부처님은 문자언어로 설법하셨으나 조형언어로도 설법했음을 아무도 몰랐으니 불교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2001년 광배에 대한 논문을 마쳤을 때, 같은 해 겨울에 영광 불갑사(佛甲寺) 대웅전을 조사하기 위해 들렸다. 밤에 대웅전을 들어가서 내부 공포를 올려다보았을 때 내 삶에 다시금 큰 변화를 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밖 공포는 오랜 세월에 단청이 지워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건축학계에서는 공포의 본질이 밝혀지지 않아서인지 법당 외부 공포와 내부 공포를 하나의 부재로 보아 함께 다루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조형이 달라 ‘밖 공포’와 ‘안 공포’로 구별하여 쓰고 있다. 공포를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 은해사 대웅전의 밖살미와 안살미를 우선 보여드린다. (사진 1-1, 사진 1-2) 불갑사 공포와 비슷하여 대신 싣는다. 소장 중인 불갑사 대웅전 공포 사진은 오래된 사진이다. 아마 슬라이드로 있겠지만 아직 스캔하지 못했다.

2001년 겨울 어느 날, 그것은 찰나에 일어났다. 내부 공포를 바라보니 공포의 전개 원리가 완벽히 잡히지 않는가! 이미 불상 광배의 조형 전개 원리를 어느 정도 숙지했으므로, 학교에서 건축 강의를 듣거나 논문을 읽은 것이 아닌데도 공포의 형태 구조가 그날 밤 쳐다보는 순간 완벽히 잡힌 것이다. 이렇게 전혀 모르던 것이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불상 광배의 전개 원리를 찾은 것은 불상을 오랫동안 연구해 오는 과정에서 획기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 연구를 위해 고구려 벽화를 새롭게 연구하며 밝힌 것이 많아 정신적으로 드높게 고양되어 있어서인지 그리 놀라지 않았고 덤덤했다. 

그러나 불갑사에처럼 극적인 깨달음은 처음이었다. ‘절대적 깨달음’이란 확신이 처음 들었다. 말 그대로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런 놀라움은 지금까지도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처음 겪는 것이었고 그날 깨달은 건축의 진리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라 확신했다. 불교 건축을 모르면 불교 조각도 알 수 없다. 즉시 사찰 건축 몇 곳을 찾아 조사하며 공포에 대한 논문을 준비했고, 2002년 봄 한국건축역사학회 춘계대회에서 발표해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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