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이 종종 그러듯, 밥을 먹을 때면 볼거리를 찾아 틀어 두곤 한다. 나는 주로 넷플릭스를 이용한다. 한 끼를 떼우 듯 갖는 짧은 식사 시간, 호흡이 긴 영화나 드라마는 피하고 짧은 다큐멘터리 혹은 쇼 프로그램을 고른다. 최근 흥미를 느낀 프로그램은 <곤도 마리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는 미니멀리즘 열풍과 함께 한국에도 널리 소개되었지만, 미국에서는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둔 듯하다. 저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은 미국에서만 6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소유에 지친 많은 사람이 곤도가 제안하는 삶의 양식에 빠르게 매료되었다. 곤도에 의해 소위 개종 된 사람을 지칭하는 콘버트(konvert)라는 단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이사를 할 때마다 골칫거리가 되는 책들과 혼자 쓰기엔 너무 많은 커피잔이 놓인 선반을 둘러보자면 나는 아무래도 미니멀리스트는 못 된다. 그렇지만 적절한 소유와 그에 따른 간소한 삶의 양식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내 흥미를 끈다. 스무 살에 시작해 여태 이어져 온 배낭여행의 경험이 내게 그런 질문을 새긴 듯하다. 낯선 곳에서는 배낭이 무거울수록 소극적으로 된다. 필요한 물건이라 여겨 챙겨왔던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더 많이 걸으면서 나는 해방감을 즐기곤 했다. 긴 여행 끝에 집에 돌아와서는 5kg 남짓한 짐으로 생활이 이루어진 때를 그리워하며 집 안의 수많은 물건을 지긋지긋하게 여겼다.
한때는 여행지에서 새 옷을 사 입고 다니다 싸 들고 돌아오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이국에서 사 온 옷을 입으면 잠깐이나마 그곳에서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끝내는 태국과 인도와 이집트 여행자 거리에 걸린 패턴 원피스가 모두 베트남의 한 공장에서 찍혀 나온 제품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말았다. 작년 여름에는 두 달간 서유럽을 여행했다. 런던과 파리와 마드리드와 로마 시내에는 H&M과 무인양품과 나이키와 오이쇼 등 다국적 기업의 매장이 있었다. 여름 내내 모든 도시에 똑같이 걸려있던 옷들은, 가을이 시작될 무렵 귀국했을 때 한국 매장에서 30% 세일 태그를 달고 다시 나를 맞았다. 그 무렵 나는 분명하게 뭔가를 새로 가지는 일에 시들해졌고, 많은 것을(특히 옷을)처분하고, 기증하고, 중고거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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