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할 때 눈은 왜 감나요? 전현수 정신과 전문의의 마음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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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할 때 눈은 왜 감나요? 전현수 정신과 전문의의 마음사용법
  • 불광미디어
  • 승인 2020.03.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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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열려라, Six-Sense[六根] | 마음 먹은 대로 살기

눈, 귀, 코, 혀, 몸 그리고 마음. 
안팎으로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관이다. 대부분 정보는 객관적인 
사실이다. 여기에 ‘어떤 마음’이 작용하면 좋다거나 싫다거나 분별이 생긴다. 
싫어하는 분별이 일어나면 행복 끝 
고통 시작이다. 그 순간순간의 
분별이 일어나는 과정을 알고 대처하면 
‘고통 끝 행복 시작’이 되지 않을까. 


특이한 이력(?)의 전문가를 찾았다. 멀쩡한 병원의 문을 3년이나 닫았던 정신과 전문의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미얀마와 한국에서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을 하며 몸과 마음의 작동원리를 관찰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정신건강의학 분야 임상경험과 불교수행을 불교정신치료 체계를 확장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의 체험으로 보는 사마타와 위빠사나』,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생각사용 설명서』,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마음 치료 이야기』, 『불교정신치료 강의』 등 저서와 논문이 이를 뒷받침한다. “몸과 마음의 속성과 삶과 세상의 구성을 바로 바라보아 세상이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고, 보이는 것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혜로 살아가기를 제시하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더 많은 수식어 나열은 줄인다. 전현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에게 마음을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물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씩 정진하는 그의 시간을 쪼개고 쪼갰다. 
전현수 정신과 전문의는 눈이 대상을 바라볼 때 일어나는 마음의 작동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는 생각지도 못한 여러 단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기계적인 흐름을 하나씩 해체했다. 한 마디로 눈에 보이는 세상은 마음에서 좋거나 나쁜 것으로 왜곡되고 있었다. 

전현수 원장의 연구를 담은 저서들.
전현수 원장의 연구를 담은 저서들.

 

Q ─ 안이비설신의가 바깥세상과 접촉하면서 우리는 무수한 정보들을 받아들인다. 
안이비설신의로 들어오는 정보는 어떻게 ‘나’를 좌지우지하나.

“눈[眼]으로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볼 때 그 대상이 눈에만 비치는 게 아닙니다. 마음[意]에도 동시에 비칩니다. 대상을 파악하는 과정 중에 안문(眼門)인식 과정이라고 있어요. 대상을 식별하는 과정입니다. 선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보고 있구나’하며 깨닫고 좋거나 싫은 분별을 일으키지 않죠. 사실 대상은 중립적입니다. 좋거나 나쁜 대상이 없죠.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여자의 알몸을 본 후 ‘좋다, 어떻게 해볼까’하는 마음이 생기면 탐욕이에요. 해로운 마음이며, 탐진치입니다.”

상담실 옆 명상실에 앉은 전현수 원장의 손이 가지런하다. 지금 그의 마음상태다.
상담실 옆 명상실에 앉은 전현수 원장의 손이 가지런하다. 지금 그의 마음상태다.

 

Q ─ 수행하면 보인다는 마음의 작용단계는?
“안문인식 과정에는 전향(前向,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 안식, 받아들임, 조사, 결정, 속행이 있어요. 이 단계는 안이비설신의 모두 같습니다. 안문인식이 끝나면 거의 동시에 의문(意門)인식 과정도 시작됩니다. 물체든 소리든 눈, 귀, 코, 혀, 몸에 부딪히면 마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죠. 의문인식 과정만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령 어제 있었던 기분 좋았거나 나빴던 일을 떠올리고 신경을 쓰면서 행복감을 느끼거나 괴로워하는 거죠.”

|    마음에도 길이 있다
불교의 인간 존재에 대한 통찰. 세상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존재한다는 연기적 이해는 우리의 정신을 치료하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정신을 공부하는 정신과 전문의가 마음을 공부하는 수행에서 얻은 결론은 확신에 가까웠다. 모든 정신상태는 어떤 조건에 따라 결과를 만든다! 마음에 난 길의 조건을 유익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Q ─ 정신과 마음이 다른 뜻인가.
“정신은 마음과 마음기능을 하는 마음부수로 이뤄졌어요. 마음은 고정된 어떤 하나의 실체가 아닙니다. 해로운 마음과 반대로 유익한 마음이 있죠. 탐진치가 없는 마음인데, 아름다운 꽃을 보고 ‘아름답다’에서 그치는 겁니다. 이때 우리 정신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어떤 요소들이 발생합니다. 이것을 ‘아름다운 마음부수’라고 부릅니다. 자신감 있고 현재에 집중하며 성냄 없이 고요하고 부드럽죠. 반면 해로운 마음이 되면 성냄, 질투, 인색, 후회, 의심이 생깁니다. 이런 마음부수들이 생기면 우리는 행복할까요? 고통스러울까요?”

Q ─ 생각과 마음도 다른가.
“마음이 있습니다. 여기에 기능을 수행하는 작용이 있는데, 이 작용이 생각입니다. 감정이나 느낌, 의지도 마음에 작용하는 요소에요. 만약 당신이 자애로운 마음이면 자애로운 생각도 들고 의지도 세웁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죠(웃음).”

몇 해 전 전현수 원장은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 1시간 동안 깊은 대화를 나눴다.
몇 해 전 전현수 원장은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 1시간 동안 깊은 대화를 나눴다.

Q ─ 안이비설신의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마음은 언제나 우리가 알든 모르든 어느 대상을 향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의 영향을 받죠. 만약 당신이 괴롭다면 안 좋은 대상에 마음이 접촉한 상태입니다. 마음은 주로 한 대상에 머무는데, 귀는 소리가 들리면 듣게 돼 있죠. 명상할 때 코끝으로 마음을 가져가서 호흡에 집중하기 위해서 눈을 감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사실 안이비설
신의 모두 경쟁적으로 정보를 수집합니다. 이 가운데 눈은 가장 강력한 감각기관이에요. 키스할 때 왜 눈을 감을까요? 느낌에 집중하기 위해서입니다(웃음).”

Q ─ 마음사용이 왜 중요한가.
“마음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대상으로 꾸준하게 향하다 보면 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우리 생각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조건에 따라 흔들리죠. 이런 원리를 안다면 마음이 자꾸 좋은 대상으로 향하도록 노력하게 돼요. 좋은 대상은 현재입니다. 지난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안 좋은 대상이에요. 왜 과거를 자꾸 떠올리면서 후회하죠? 왜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걱정하면서 두려워하죠? 현재로 돌아오세요.”

Q ─ 물이 3분의 1이 남은 컵을 봤을 때 다 다른 마음이 생긴다. 
“물의 양은 팩트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데, 넉넉하게 보이거나 부족하게 보이는 겁니다. 조건도 작용해요. 격한 운동을 하고 와서 목이 마른 조건이라면 또 달라집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많이 돼서 그쪽으로 마음의 길이 난 사람은 목을 축일 수 있는 물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전현수 원장은 1시간 넘는 인터뷰 내내 마음사용법을 설명하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웃음도 전염된다.
전현수 원장은 1시간 넘는 인터뷰 내내 마음사용법을 설명하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웃음도 전염된다.

 

Q ─ 마음을 잘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까.
“1초 이전 과거, 1초 이후 미래로 가면 그 순간 괴로움이 시작되거나 괴로움의 씨앗이 생깁니다. 현재에 있는 게 좋습니다. 잘 안 되죠? 만약 현재 괴롭다면 그 조건에 변화를 주세요. 앉아있다면 일어나서 걷든지, 어떤 상대와 수다라도 떠세요. 모니터 말고 다른 사물을 보셔도 좋습니다. 몸의 근육을 키우려면 운동을 하듯이 마음도 근육을 키우려면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죠. 잊지 마십시오. 마음에도 길이 있습니다.”      

마음사용 Tip 
“소리 내지 말고 움직여라”
이제 마음을 잘 쓰는 훈련이 필요했다. 현재에 집중하기엔 
너무 많은 정보가 우리를 덮친다. 수십 년 정신과 내담자를 치유하고 위빠사나 수행으로 고안한 간단한 훈련법이 있었다. 바로 앞에 컵이든 펜이든 물통이든 그냥 들었다 놓는다. 
이후 소리 내지 말고 들었다 놓아본다. 물건이 없다면 
앉았다 일어난 뒤 이번엔 소리 내지 않고 앉았다 일어난다. 
그 순간에 빨려 들어갈 것이다. 숨도 안 쉬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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