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입이 아닌 마음으로 먹는 것입니다” 정관 스님이 추천하는 건강한 봄 제철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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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입이 아닌 마음으로 먹는 것입니다” 정관 스님이 추천하는 건강한 봄 제철음식
  • 불광미디어
  • 승인 2020.03.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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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열려라, Six-Sense[六根] | 혀끝에서 마음까지

봄이다. 언 땅을 뚫고 솟아올라오는 새싹처럼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생기를 더할 때다. 건강한 새봄을 맞이하기 위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을 통해 한국의 사찰음식을 세계에 알린 정관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셰프가 아닌 ‘수행자’로서 음식과 건강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국 음식과 몸, 우주 만물이 하나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음식을 어디로 먹는다고 생각하세요?”  
정관 스님이 첫 만남에 화두 같은 질문을 던졌다. 입으로 먹는다는 말은 당연히 답이 아닐 것 같았다.
“음식은 온몸으로 먹는 겁니다. 곧 마음으로 먹는 것이지요.”  
혀끝을 자극하는 산해진미가 넘치는 세상이다. TV와 인터넷은 온통 맛있는 음식들로 넘쳐나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유명 맛집의 음식을 내 방에 앉아 먹을 수 있는 시대다. 범부들의 삶에서 음식은 입으로 먹고 혀로 맛보는 것. ‘설(舌)’의 경계에 걸려 먹는 행위의 진정한 의미는 온데간데없고, 심신의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  
“우리 몸은 지수화풍으로 되어 있지요. 지수화풍은 말 그대로 자연입니다. 우리 몸이 바로 자연 그 자체입니다. 생이 다하면 흙으로 돌아갈 몸이니 더욱 그렇죠. 자연이 주는 음식을 생명의 맛 그대로 먹는 것. 그것이 바로 음식을 건강하게 잘 먹는 법입니다.” 
자연으로부터 식재료를 얻는 것은 물론이고 요리를 하는 과정 자체가 수행이라고 스님은 말한다. 식재료가 갖고 있는 본질의 맛을 살려주는 것은 음식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요리를 하며 눈으로 보고, 향기 맡고, 음식의 감사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부터 이미 먹는 행위의 시작이다. 

죽순, 고구마순, 감태지를 만들기 전 식재료.
죽순, 고구마순, 감태지를 만들기 전 식재료.

봄의 초입, 정관 스님이 건강을 위해 추천한 음식은 나물이다.  
“사찰음식을 포함해 한식의 주재료는 나물이죠. 예로부터 봄이 시작될 무렵에 나물을 먹으면 기운을 차릴 수 있으면서 1년 동안 잔병치레가 없다고 했어요. 나물은 봄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음식입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채소를 샐러드로만 먹으면 몸이 냉해질 수 있는데, 삶아서 데친 채소를 기름에 볶아 먹는 나물은 우리 몸의 균형을 맞추는 데 아주 좋습니다.”

 

 

먼저 죽순 나물을 만들어본다. 작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전남 장성 천진암 도량 뒤에서 캔 죽순을 된장 넣은 쌀뜨물에 삶았다 얼려둔 것이다. 칼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다듬은 죽순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달궈진 가마솥에 식용유와 참기름을 2:1의 비율로 넣고 세지 않은 불에 볶아준다.         
알려진 대로 정관 스님의 요리에는 특별한 레시피가 없다. 몇 분을 볶으면 되냐고 묻는 우문에 스님의 현답이 이어진다.
“음식을 어떻게 시간을 재서 만드나요?” 
음식과 내가 하나가 되면 레시피도, 비법도 따로 필요가 없어진다. 우주에 가득한 참나의 지혜가 적절한 인연과 타이밍을 알려줄 뿐. 그래서 정관 스님의 요리는 거침이 없다. 거침이 없지만 요란하지 않고, 모든 것은 저절로 움직인다. 
죽순에 기름이 먹으면 물을 넣은 후 가마솥 뚜껑을 덮고 삶아주는 시간을 거쳐야 한다. 이것이 정관 스님만의 나물 만들기, 나름의 비법일까. 볶기만 하면 나물이 질겨지고 맛이 없단다. 어느 정도 삶아지면 이제 간을 맞출 때다. 6년 된 집 간장과 소량의 소금을 넣어 간을 맞춘 다음 수분을 날려주면 요리는 끝이 난다. 마지막으로 깨소금을 뿌리고 그릇에 담으면 죽순의 향기가 그대로 살아있는 죽순 나물 완성이다.  

다음으로 고구마순 나물을 만들 차례다. 작년 가을, 채취한 고구마순을 삶아 뜨거울 때 널어 말린 것이다. 살랑살랑 가을바람에 3~4일간 말린 고구마순은 자연의 햇살과 바람의 기운을 그대로 머금고 있다. 말려두었던 고구마순을 꺼내 50~60도의 물에 하루 동안 불려 준비한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죽순 나물과 같은 과정을 거쳐 고구마순 나물을 완성한다. 만드는 과정과 양념은 다르지 않지만 죽순 나물은 죽순의 맛 그대로, 고구마순 나물은 고구마순 본연의 맛을 낸다. 봄의 기운이 그대로 내 몸으로 들어오는 순간이다. 

 

이번엔 봄 바다로 가보자. 바다와 육지의 콜라보 요리. 바다의 감태가 육지의 동치미와 고추를 만나 감태지가 되었다. 항산화 및 항암 효과가 있는 감태는 봄철 입맛을 돋울 뿐 아니라 바다의 기운을 물씬 느끼게 하는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다.

 

감태지를 만들기 위해 먼저 동치미를 가늘게 채 썬다. 작년 가을 소금물에 삭혀놓은 고추를 작게 다져 놓고 감태를 손질한다. 조금 떼어 먹어보아 감태의 짠 정도를 확인한 후 간장을 넣어야 정확히 간을 맞출 수 있다. 채 썬 동치미와 다진 고추, 감태를 넣고 간을 한 후 깨소금을 뿌리면 감태지 완성이다. 바로 먹어도 상관없지만 더 맛있게 먹으려면 단지에 넣어 실온에 이틀 정도 둔다. 이틀이 지나면 양념이 잘 섞이며 감태지에서 물이 나온다. 감태의 빛깔이 연두색이 되었을 때 꺼내먹으면 된다.     
“그냥 바다야. 내 몸이 바다가 되었어….”
감태지를 시식하던 정관 스님이 마치 파도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맛을 표현한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그 누구도 깨달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싯다르타도 6년 고행 끝에 수자타가 건넨 유미죽을 먹고 나서 보리수 아래 앉아 깨달음을 얻고 붓다가 되었지요. 음식과 수행은 반드시 함께 가야 합니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 음식이 몸을 통해 어디로 흘러가는지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정관 스님은 현대인들에게 사찰음식과 불교의 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작년 여름 서울 근교 아파트촌에 ‘두수고방’을 열었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입이 즐거운 음식을 넘어 마음이 즐거운 음식이란 어떤 것인지 대중들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려 한다.      
“나무들이 천년 이상 살 수 있는 건 자연의 흐름에 거스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땅과 물, 불과 바람으로 만들어진 우리 인간도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만 않는다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순리대로 적게 먹고 범사에 감사할 줄 아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이 필요한 때입니다.”  

입으로 들어간 음식이 봄의 기운을 내 몸으로 가져왔다. 새싹을 움트게 하는 생명 에너지가 온 마음에 가득 찼다. 마음으로 음식을 먹은 느낌이었다.    

 

글. 
조혜영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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