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면역력이 필요합니다
상태바
마음에도 면역력이 필요합니다
  • 이상근
  • 승인 2020.02.25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라 브랙의 『끌어안음』에서 배우는 ‘마음의 면역력’ 키우기

 

바이러스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요즘 마스크와 손세정제와 함께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바로 몸의 면역력을 키워주는 식품이나 건강보조제라고 합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바이러스는 '건강한 사람은 온 듯 만 듯' 지나갈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실제 현재까지의 통계로만 본다면 (건강하기만 하다면) 치사율 역시 높지 않습니다.
의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면역력 저하 조짐은 네 가지입니다. △ 감기가 잘 걸리고, 한번 걸리면 쉽게 낫지 않는다. △ 몸 여기저기 염증이 생긴다. △ 배탈이 자주 난다. △ 대상포진이 발생한다 등입니다.

몸이 이렇듯 마음에도 외로움, 상실감, 두려움 등이 찾아오기 전에 ‘징조’가 있습니다. 이런 징조가 계속된다는 건 마음이 ‘자동반응’한다는 겁니다. 가장 흔한 자동반응은 딱지 붙이기입니다. 우리는 무언가 잘못됐을 때 두 가지 딱지를 준비합니다. 하나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입니다. ‘너 때문에’, ‘그 사람 때문에’, ‘네가 그렇게 하지만 않았더라도’ 같은 것들입니다. 또 하나의 딱지가 있습니다. 바로 자책 혹은 자기-비난입니다. ‘나는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 ‘나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됐어.’ 같은 것입니다.

타라 브랙은 『끌어안음』에서 이런 자동반응을 ‘무가치한 트랜스(trance)’ 상태라고 정의합니다. 무가치한 트랜스 상태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갖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런 트랜스 상태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징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끔 일상에서 일어나는 ‘친숙한 것들’입니다.

△ 온라인상의 링크를 따라가다가 한 시간을 허비한다.
△ 오늘은 자식, 상사, 배우자 등 모든 사람이 싫고, 세상에 트집을 잡고 싶다.
△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 알려고 계속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
△ 사소한 것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도 그 자리를 벗어나 담배를 피울 생각을 한다.
△ 목이 불편해지고 어깨가 올라가면서 딱딱해지고 몇 시간째 불안한 상태임을 깨닫는다.
△ 내면의 목소리(어머니 목소리)가 “제대로 좀 할 수 없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 가게에 들렀는데, 눈에 보이는 모든 여자들의 몸과 내 몸을 비교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 동분서주하다가 다치거나 무언가를 깨뜨리거나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

타라 브랙은 이런 트랜스 상태에 빠지면 우리는 안전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면 권력이나 돈을 좇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계속 인정을 추구하거나 애정을 받을 거란 희망으로 성취를 쌓아올립니다. 욕구가 근본적으로 충족되지 못하면 고착이 강화되고, 욕망은 갈구와 중독 행동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결국 외로움·상처·두려움이 반복됩니다.

타라 브랙은 『끌어안음』에서 이런 트랜스에서 유턴할 것을, 그리고 그 방법을 제시합니다.
타인, 잡념, 혹은 지금 진행 중인 일에 대한 지나치게 정서적인 이야기 등의 외부적 고착에서 벗어나 실제적이고 생생한 몸의 경험 쪽으로 집중을 돌릴 때마다 우리는 유턴을 하는 셈입니다. 이는 마치 공포 영화를 보면서 스크린에 흐르는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 있다가 갑자기 정신이 드는 것과 같습니다. “괜찮아, 그냥 영화일 뿐이야. 수백 명과 함께 보고 있는데, 뭘. 의자도 느낄 수 있고 숨도 잘 쉬고 있잖아.”라고 넘겨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고는 트랜스 상태의 반대편인 현존감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몸의 면역력만큼 마음의 면역력이 중요합니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면 어쩌면 면역력에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보조제를 먹는 것만큼이나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면 우리는 ‘자동반응’의 반대편인 ‘현존감’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부처님이 가장 경계한 것은 무지입니다. 이때다 싶으니 가짜뉴스가 판치고 또 이런 기회를 이용해 차별과 배제의 논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책 속에 나와 있듯이 “우리는 적자생존한 존재가 아니라 보살핌으로 생존한 존재”입니다. 공동체의 어려움을 배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