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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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
  • 주성원
  • 승인 2020.02.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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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애너 메이시 지음 | 이중표 옮김 | 22,000원


일반시스템이론, 인공지능을 낳다

이 책의 주요 키워드는 일반시스템이론, 상호인과율, 그리고 불교의 연기법(緣起法) 이렇게 세 개입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사전을 찾아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운 단어들입니다. 사전을 찾아서 이해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처럼 우리와 거리가 먼 다른 세상 이야기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해하든 못하든, 상대성이론 덕분에 인류는 너무나 편리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원자력 발전소, GPS(위성항법장치) 등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너무나 유익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시스템이론, 상호인과율, 연기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와 관련 없을 것 같지만 우리 삶에 너무나 깊숙이 들어와 있고, 다소 거창하지만, 이것을 이해한다면 인식의 대전환도 이룰 수 있습니다.

먼저 알아두어야 할 핵심은 시스템이론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는 점입니다.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나 IBM의 왓슨, 애플의 시리, 그 밖에 거대 글로벌 IT 회사가 사활을 걸고 만들고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모두 이 시스템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반시스템이론은 
모든 시스템이론의 기본 골격

‘시스템(system)’이란 상호의존하는 각 구성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하나의 집합체를 이룬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론이 존재하며, 주로 컴퓨터 과학과 조직 관리에 응용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연관성은 심리학, 정치학, 생태학과 같은 분야에서도 활용될 만큼 광범위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스템이론을 포괄하여 공통점을 추출한 이론이 바로 일반시스템이론입니다. 따라서 일반시스템이론은 모든 시스템이론의 기본 골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론의 특징은 상호의존, 상호작용하는 체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 조애너 메이시는 이를 상호인과율이라고 부릅니다.


미래는 과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상호인과율이란 무엇인가

상호인과율이란 ‘원인과 결과가 서로 영향을 주는 인과관계’라는 뜻입니다. 얼핏 들으면 모순 같아 보입니다. 시간의 흐름을 보면 원인이 먼저이고, 결과가 나중인데 어떻게 미래의 결과가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줄 수 있냐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이러한 상호인과율을 불교 사상과 융합하여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어떠한 과학자와 사상가도 하지 못했던 시도입니다. 저자는 상호인과율을 이해해야만 시스템이론 전체를 이해할 수 있고, 불교에서 제시하는 연기법이야말로 상호인과율을 가장 잘 나타낸 사상이라고 말합니다.

불교의 연기법과 현대의 시스템이론은 그 기원과 목적의 명백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호해석이 가능하며, 상호해석을 통해 두 사상이 확실하게 이해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상호인과율의 이해는 곧 시스템이론의 이해이며, 연기법의 이해이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원리의 이해이기도 합니다.

상호인과율,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인과관계의 규칙’이란 무엇일까요. 여기 상호인과율을 이해하기 쉬운 비유가 하나 있습니다. 불교의 중관(中觀)학파가 종종 예로 드는 ‘아버지와 아들’의 비유입니다.

시간 흐름의 순서만 놓고 본다면, 아들은 반드시 아버지가 있어야 존재합니다. 지금까지 인류의 철학 및 사상에서 인과관계를 보는 시선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시간 흐름의 단일 방향으로 인과관계를 설명했고, “이것이 있으니, 필연적으로 이렇게 된다”라는 결정론적 인과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아버지가 먼저고 아들이 나중이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낳지 않으면 아버지로 있을 수 없고 아들을 낳아야만 비로소 아버지라고 불릴 수 있습니다. 즉 자식을 낳아야 아버지가 되므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서로 의존하는 관계가 됩니다. 독립적인 아버지와 아들을 생각할 수 없고, 아버지가 아들을 낳는다는 것도 있을 수 없습니다.

단순한 비유이지만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똑같은 상황을 놓고 상호인과율의 시각과 단일 방향 인과율의 시각은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이러한 개념을 현대적으로 말하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피드백(feedback) 관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있기 때문에 아버지이고, 아들은 아버지가 있기 때문에 아들일 수 있습니다. 상호의존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수정 보완이 이루어집니다. 이는 자연계에서 스스로 유지하고 조직하는 생물학적 시스템 능력과 유사합니다.

조애너 메이시는 불교의 무아(無我) 사상을 언급하며 피드백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고정불변의 속성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즉 아버지도 아들도 무아일 수밖에 없고, 세상 모든 것도 마찬가지로 서로 의존하며 영향을 주는 관계일 뿐이지, 자성(自性)이 있는 불변의 존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인공지능의 작동원리 또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과정은 바로 피드백 과정을 말합니다. 인공지능의 머신 러닝, 딥 러닝과 같은 용어의 뜻은 바로 이 피드백을 통해 끊임없이 수정 보완하는 일련의 시스템 작용을 말합니다. 즉, 인공지능이란 데이터와 데이터 간의 상호인과율을 찾아내어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따라서 인공지능 역시 무아일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의 사고와 흡사한 고도의 인공지능이 탄생한다고 해도, 역시 무아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사고를 통해 인류는 인식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고, 생명·생태·윤리의 제 문제를 분별없이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상호인과율로 통칭되는 이 이론에서, 인간 개개인이 그 상호발생적 패턴에 참여하고 있음을 인정할 때, 인간 의식의 구원은 물론 미래 사회의 긍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불교와 현대과학 이론을 융합하여 철학적 토대를 마련한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은 우리에게 인류의 미래를 밝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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