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넘친 측은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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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에세이] 넘친 측은지심
  • 진아난
  • 승인 2020.02.19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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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주차된 은색 승용차가 10여 일째 꼼짝없다. 저곳에 저렇듯 오래 주차된 차는 처음 본다. 무슨 일 있는 것일까? 차 안을 살펴보니 연락처는 없고 뒷좌석에 지퍼 열린 큰 가방과 덜 접힌 우산이 있다. 큰 가방 속엔 한 뭉치 새 달력이 들어 있고, 운전석 등받이가 인형인 걸로 보아 차주가 직장 여성인 듯하다. 연말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강으로 놀러 왔다가 사나운 일 당한 것일까? 아니면 도난차량일지도…. 15일이 지나면 강변에 설치된 CCTV 기록이 자동 삭제된다던데 아무래도 걱정스러워 112에 전화 신고했다. 한 시간 후 경찰관에게서 답변이 왔다. 확인해 본 봐 근처에 사는 주민 차이고, 곧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이라 한다.

“아이고, 바쁘실 텐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상하면 또 신고해 주십시오.”

이틀 후 은색 승용차가 옮겨갔고 그 자리에 행사용 천막이 드리워졌다.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강물을 막아 송어를 넣고 다시 낚는 겨울 축제다. 덕분에 강에 살던 물고 기와 오리들은 쫓겨 가고 사람들이 놀러 왔다. 놀러 온 사람들 따라 강아지도 왔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 열어보니 낯선 강아지 한 마리가 동네를 떠돌고 있다. 목줄에 이름표가 있는 걸로 보아 유기견은 아닌 듯하다. 밤새 헤맸는지 몹시 추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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