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 하루 여행] 옛 절터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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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 하루 여행] 옛 절터를 가다
  • 양민호
  • 승인 2020.02.19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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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폐사지

새벽 여명을 뚫고 강원도 원주로 향했다.

한겨울 추위가 대지를 단단하게 동여매고 있었다.

기다리던 아침 해는 흘러가는 구름 속에 얼굴을 내밀었다 숨었다 반복했다.

폐사지 (흥법사지, 거돈사지, 법천사지) 를 거닐며 본 적 없는 시절을 추억하다가, 오지 않을 무언가를 기다리다가, 세월의 흔적에 젖어 보았다.

#흥법사지

좁은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흥법사지. 주변에 보이는 인가라곤 뒤쪽에 자리한 작은 집 한 채가 전부일 만큼 외딴곳이었다. 남아 있는 유물 역시, 입구에 고려 왕건의 왕사 (王師) 였던 진공대사탑비(귀부와 이수 부분, 보물 제463호) 와 안쪽 20미터쯤 들어간 곳에 있는 삼층석탑 (보물 제464호) 한 기뿐이어서 황량함 마저 감돌았다. 건너편 산등성이로 해라도 솟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겨울 하늘은 무심 하게 짙은 구름 이불을 덮고 있었다. 아담한 터에 둘러볼 것은 많지 않았지만, 저 멀리 굴뚝으로 피어오르는 흰 연기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닭 울음 소리가 뒤섞여 묘한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나무 아래 차곡차곡 쌓여 있는 와편들. 언젠가 누군 가, 저 높이 쌓아 올렸을 것들이 지금은 낮은 곳에 내려앉아 하릴없이 겨우살이 중이었다. 불법 (佛法)

이 흥 (興) 할 것이라던 자리는 이제, 평범한 시골 풍경이 되어버렸다. 무상한 세월의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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