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지면] 적명 대종사 영결식 및 다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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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지면] 적명 대종사 영결식 및 다비식
  • 양민호
  • 승인 2020.02.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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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하늘은 푸르고 청명하니!

불기 2563년(2019년) 12월 28일 오전 10시 30분. 문경 봉암사에서 수좌 적명 대종사 영결식과 다비식이 전국선원수좌회장으로 봉행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의큰 어른이자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으로 사부대중의 존경을 받았던 적명 스님, 마지막 가는 길에 월간 「불광」이 함께했다.

봉암사 수좌 적명 대종사 영결식 및 다비식 현장

일 년에 한 번, 부처님오신날만 대중에게 개방되는 문경 봉암사. 즐겁고 환희로운 순간만을 기억하고 있을 산문 너머에 때아닌 비통함이 흘러넘쳤다. 12월 24일, 동안거 반결제일을 맞아 사찰 뒤 희양산으로 산행을 나섰다가 불의의 사고로 원적에 든 적명 스님 영결식과 다비식이 있는 날. 불현듯 날아든 비보에 놀란 가슴을 안고, 스님의 마지막을 배웅하려 봉암사를 찾은 추모객들로 경내는 이른 아침부터 발 디딜 틈 없었다. 모닥불 가에서,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견디며 말없이 불빛을 응시하는 사람들…. 그들을 위해 마련해 둔 영결식장 간이 의자에는 애꿎은 찬 서리만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스님을 보내기엔 아직 모든 것이 너무 일러 보였다.

오전 10시. 나직한 ‘나무아미타불’ 염불 소리와 함께 적명 스님 법구가 영결식장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원로회의 의장 세민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의정 스님, 축서사 무여 스님,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전 교육원장 무비 스님을 비롯해 주호영 국회 정각회 명예회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 1,0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엄숙함 속에 영결식이 거행됐다. 장의위원장 대원 스님은 영결사에서 “적명 스님, 이게 웬일이십니까? 연락도 없이 가시다니요?
산승은 말문이 막히고 산하대지도 말문이 막혀 오열하고 있습니다”라며 자리에 모인 사부대중의 허망한 심정을 그대로 대변했다. 이어진 추도사에서 원행 스님은 “화엄의 빛으로, 다시 이 땅의 고요한 빛으로 돌아오실 것”을 기원했고, 의정 스님은 조사를 통해 평소 적명 스님이 강조한 봉암사 결사 정신을 이어받아 “간화선 대중화와 세계화에 진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헌화와 사홍서원을 끝으로 영결식이 마무리됐다. 언제 그랬냐는 듯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들이치는 경내를 돌아, 적명 스님 법구가 다비식장으로 이운됐다. 만장을 앞세운 장례 행렬은 대웅보전 부처님께 인사 올리고, 잠시 태고선원 앞에서 삼배 올리고, 봉황문 지나 인근 산 중턱에 마련된 연화대로 향했다. 12시 30분. 마침내 법구가 연화대로 입관하고 “스님, 불 들어갑니다” 주변을 둥글게 에워싼 이들의 간절한 외침을 뒤로한 채 스님은 한 줄기 연기로, 빛으로 화했다. 1시간, 2시간, 3시간…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다 사그라질 때까지, ‘나무 아미타불 나무 아미타불’ 스님을 향한 대중의 간절한 기도 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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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해는 빠르게 졌다. 타고 남은 잿더미 속 잔열이 채가라앉기도 전, 산중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하늘은 푸르고 청명했다. 스님은 떠나셨지만, 스님이 남긴 죽비 같은 가르침은 남았다. 그 말씀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는 이들 삶도 저 하늘처럼 끈질기게 푸를 것이다.
그늘이 지건 찬 바람이 불건 아랑곳없이.

“선정을 통해 사람들은 특별한 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게 됩니다. 깨달음을 통해서는 나와 네가 둘이 아니[不二]라는 것을알 수 있게 되죠. 이렇게 되면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이고 아무런 시비와 분별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훗날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다면 그 중심에는 부처님께서 전한 무아(無我)와 연기(緣起)의 가르침이 있을 겁니다.”

- 2013년 월간 「불광」 3월호 인터뷰 중

수행은 자기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없어요. 선방에서 후학 스님들이 종종 이런 질문을 합니다. ‘스님, 화두가 안 들립니다. 어떻게 화두를 들 수 있겠습니까?’ 그럼 이렇게 말해요. ‘스님 도와줄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스님 혼자서 가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자기가 부처인데 자기 부처한테 경책받지 않고 누구한테 경책받으려 합니까. 스님 자신을 향해서 법문하세요’라고 합니다. 자기가곧 부처님입니다. 스스로를 위해 법문하십시오.”

- 2014년 월간 「불광」 12월호 대담 중

 

수좌 적명 스님 행장
1939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나주 다보사 우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이후 1960년
해인사 자운 율사에게 사미계를, 1966년 해인사 자운 율사에 의해 비구계를 수지했다.
당대 선지식인 전강, 경봉, 성철, 서옹, 향곡, 구산 스님 등 문하에서 법을 묻고 정진했으며, 『능엄경』 42변마장의 내용이 낱낱이 사실임을 체험한 뒤 화두선에 더욱 매진했다.
영축총림 통도사 선원장, 고불총림 백양사 선원장, 수도암 선원장, 전국수좌회 공동 대표 등을 역임했으며, 이후 봉암사에 주석하며 입적하는 날까지 대중과 함께 정진하며 수행자의 본분을 보였다. 2018년 종단 최고 법계인 대종사 법계를 품수하고, 2019년 12월 24일 법납 59세, 세수 81세로 원적했다.

글.양민호 사진.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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