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매일, 기도하고 기도하라] 자기 안의 모든 걸 펼치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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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매일, 기도하고 기도하라] 자기 안의 모든 걸 펼치는 기도
  • 남형권
  • 승인 2020.01.21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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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 기도처 3 고창 선운사 도솔암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도 수행처 선운사 도솔암으로 향하는 길, 어느덧 해가 저물고 어둑해진 밤하늘에 별 몇 개 불쑥 떠 있다. 9월경 지천이었을 꽃무릇은 이제 흔적도 없이 적막하다. 한때 찬란함도 때가 되면 사라지고 다시 또 돌아오는 법. 묵묵히 수백 년 자리 지키고 있는 거대한 장사송만 여전히 자신의 주변을 보듬고 있다. 하지만 장사송이라고 기나긴 세월 아늑하기만 했을까. 뒤편에 신라 진흥왕이 수도했다던 진흥굴은 먼 우주의 시간을 관통해 다 안다는 듯 말이 없다. 도솔암에 도착해 마애불을 먼저 찾았다. 거대하고도 가파른 암벽에 양각된 마애불은 마치 주변 산세의 기운이 운집해 부처님의 형상으로 태어난 듯하다. 도솔암은 전라북도 고창군 선운사 도솔산 내 암자다. 신라 진흥왕이 만년에 왕위를 버리고 도솔산 한 굴에 머물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 바위가 쪼개지며 그 속에서 미륵삼존불이 출현하는 꿈을 꾸고 이에 감응하여 중애사, 선운사, 도솔사 등 여러 사암을 창건했다고 한다. 도솔암내원궁에는 보물 제280호인 지장보살좌상이 봉안되어 있는데 조선 초기 5대 걸작 불상으로 꼽힌다. 마애불좌상은 보물 제1200호, 나한전과 내원궁은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도솔암 철야기도는 저녁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약 6시간가량 이어진다. 어느덧 9시가 되어가자 기도하러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칠흑 같은 어둠, 도솔암으로 오르는 계단에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따뜻한 커피와 차를 권하고 꾸준히 오는 익숙한 기

도객끼리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니 추위 속에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기도드리는 공간이

협소해 밖으로 천막을 설치해 확장했다. 천막이 없을 때는 한겨울에도 눈과 비를 맞아가며 기도 드렸다고 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 속 오늘 처음왔다는 기도객도 있었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오고 싶었던 도솔암에 드디어 왔다며 미소가 만면했다. 광주에서 이곳 고창까지 2년간 꾸준히 철야기도를 하러 오고 있다는 서완열 씨를 만났다. “처음엔 조상님 천도에 도움 된다고 해서 왔었어요. 그러다가 부처님 가피를 받고 꾸준히 다니니 기도가 어느덧 제 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도솔암은 삼존불이 출현한 곳이라 기도수행처로서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도는 사람의 인격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견성과 성불을 하는 데 밑바탕이라고 생각합니다. 팔정도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진정한 삶은 무엇일까요?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할까요?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불자는 불자답게 살아야 하고요. 전 매주 기도드리고 계를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즐거움이 묻어나는 대지성 보살은 도솔암 기도의 영험을 느끼고 6년째 다니고 있다. “부처님을 보며 기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웃고 계시더라고요. 저도 기도하다가 같이 웃기도 해요. 업이소멸되고 마음의 여유로움이 생깁니다. 저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좋은 기운을 얻게 되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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