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로 만나는 선지식] 비밀한 가르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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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로 만나는 선지식] 비밀한 가르침은 없다
  • 범준 스님
  • 승인 2020.01.0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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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섭 존자와 아난 존자

직지(直指)는 세계 최초 금속 활자로 제작된 선어록으로, 역대 선지식의 어깨 위에서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나침반이다. 직지에 실린 선어록 중 핵심을 가려 뽑아 소개한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난 후 승단은 쿠시나 가라의 말라족과 함께 장례를 마치고, 가섭 존자와 아나율 존자의 제안으로 결집(結集)의 대역사를 진행했다. 천신만고 끝에 결집에 참여한 아난 존자는 12부 경전을 구술(口述)하는 일을 완수했다. 결집이 있던 첫째 날, 가섭 존자는 아난 존자에게 “아난 존자여, 지금 500명의 아라한 앞에서 진리를 깨달은 눈[法眼]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법해 보이시오”라고 요청했다. 아난 존자 역시 가섭 존자의 제안이 자신의 결집 참여 여부를 결정짓는 합당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묵묵하게 자리에 모인 대중을 한 번 둘러 본 후 이와 같이 말했다.

“대덕 아라한이시여,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셨습니다. 제자들은 존귀하신 스승을 잃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칠흑같이 어두운 망망한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만 빛나고 달마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짧은 설법을 마친 후에야 아라한들은 아난 존자를 결집 대중으로 받아들였고, 무사히 결집 은 끝났다.

분주한 일들을 마친 어느 날 아난 존자는 한가지 의문이 일어났다. ‘부처님께서는 가섭 존자에게 금란가사를 전승하여 부처님의 법을 이은 적통 제자임을 명확히 밝히시고 열반에 드셨다. 그런데 가섭 존자에

게 남기신 것이 과연 금란가사밖에 없을까? 금란 가사는 부처님이 그토록 경계했던 형상일 뿐인데 그것 말고 무엇인가 비밀한 법도 함께 전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솔직히 어느 때는 서운한 마음이 일어나 아난 존자를 괴롭히는 때도 있었다. 왜냐하면 20여년 동안 스승님을 모신 자신에게 제법의 실상인 비밀한 법에 대해 한마디 말씀도 남기지 않으신 채 열반에 드신 스승님에 대한 서운한 마음 때문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오랜 세월 동안 주야로 스승님을 모시면서 철저히 공부하지 않은 자신의 게으름에 대한 원망이 교차되어, 아난 존자는 짐짓 무사(無事)한 듯 보였지만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괴로움의 원인을 생각하다 보니 서운함보다 금란가사와 더불어 가섭 존자에게 전해진 정법안장(正法眼藏)의 특별하고 비밀한 법을 알아야겠다는 마음이 앞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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