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근 에세이] 야만의 시대 건너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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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 에세이] 야만의 시대 건너가기
  • 김택근
  • 승인 2019.12.0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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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를 펼쳐놓으면 남루하다. 이맘때면 모든 것이 가라앉는다. 간절해진다. 한 해 끝에서는 누군가와 인사를 나누고 싶다. 나와 함께 초록별 지구에 사는 사람들,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시간을 먹는 사람들. 돌아보면 바람만 불어도 우리들은 흔들렸다. 믿었던 사람들이 내 품을, 그리고 세상을 떠나갔다.

고독한 사람이 고독하다고 말하지도 못했다. 이기심과 무관심이 사람 냄새를 지워버렸다. 쪼개지고 또 쪼개져 살다 보니 이웃을 잃어버렸다. 육체와 정신이 정보에 오염되고, 숱한 정보가 시키는 대로 허수아비 춤을 추었다. 정보전이 열을 뿜을수록 사회는 점점 차가워졌다.

지나 보니 참으로 어이없는 파닥거림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익숙한 것들이 우리 곁을 떠났다. 숱한 생명들이, 말과 글이, 도구와 풍속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강자들의 포식과 학살은 멈추지 않았다. 불교에서는 우리 인간이 토막 낸 시간을 상(相)으로 본다. 그 시간들이 분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선방에도 속세의 시간이 흐른다. 1970년대 상원사에서 동안거에 들었던 지허 스님은 이런 글을 남겼다.“세모(歲暮)는 나에게 알려온다. 이제 한 해의 시간은 다 가고 제야(除夜)가 가까웠음을. 그러면서 타이른다. 한 해의 것은 한 해의 것으로 돌려주라고. 그러면서 마지막 달력 장을 미련 없이 뜯어버리고 새 달력 장을 거는 용기를 가지라고. 인간이란 과거의 사실만을 위해 서 있는 망두석(望頭石)이 아니라 내일을 살려고 어제의 짐을 내려놓는 자세가 있기에 인간이라고.” (지허 스님 『선방일기』) 우리는 한 해의 것을 한 해의 것으로 ‘무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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