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헐레벌떡 나서는 내게 아내가 묻는다. 강의가 없는데 왜 이리 서두르느냐고. 맞다. 오늘은 강의가 없다. 그래도 기차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한다. 아내는 당연히 학교에 가는 줄 안다. 그러나 한 달에 한 번 연구실로 가는 척하고 서울역으로 냅다 달린다.
매달 하루 당일치기로 고향에 다녀온 지 벌써 삼 년이 다 돼간다. 아내는 물론 가족 누구도 모른다. 고향에 꿀단지가 있거나 숨겨둔 여친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고향에는 어머니가 계신다. 팔십 평생을 해로했던 아버지가 삼 년 전 돌아가신 뒤 홀로 계신다.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하루하루가 예전 같지 않다. 집에는 늘 적막감만 감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반년쯤 지났을까? 나는 매달 하루 고향 집을 찾기로 했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특히 아내가 알까 봐 공을 들였다. 고부간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아내의 경우 교수인 나와 달리 평일 시간 내기가 녹록지 않다. 마음이 선한 아내가 같이 가지 못함으로 인해 행여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혼자만 다녀오기로 했다. 기껏해야 옆에서 과거 추억담을 소재로 한나절 말동무하고 점심을 같이하는 일정에 아내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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