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사는 동물 이야기] 멧돼지에 맞서 사람을 살려낸 충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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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사는 동물 이야기] 멧돼지에 맞서 사람을 살려낸 충견
  • 조혜영
  • 승인 2019.12.04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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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림사 태양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철없이 함부로 덤비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속담이다. 하지만 하룻강아지가 그저 겁 없이 날뛴 게 아니라면? 무서운 줄 알면서도 용기를 낸 것이라면? 그렇다면 의미는 달라진다. 하룻강아지는 아니지만 태어난 지 1년 3개월 된 강아지가 멧돼지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든 이야기가 있다. 속담이 아니다. 실화다.

사람 살린 충견, 태양이의 미담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 금정산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목에 아담한 사찰이 하나 있다. 바로 소림사. 작년 여름 소림사가 뉴스에 나온 일이 있었는데, 소림사 반려견 태양이가 그 주인공이다. 어느 날 밤, 금정산에서 내려온 멧돼지가 소림사 절방까지 들이닥쳤고 당시 태어난 지 1년 3개월밖에 되지 않은 태양이가 멧돼지에게 달려들어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 50cm밖에 되지 않는 작은 강아지가 몸집이 세 배나 큰 멧돼지를 상대로 그야말로 혈투를 버린 것이다.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유해조수 기동포획단’이 소림사에 도착했을 때 멧돼지는 달아난 뒤였다. 태양이 덕분에 여성 등산객과 사찰 신도인 심월보살은 무사했지만, 태양이는 멧돼지에게 물려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넘은 지금, 태양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소림사에 전화를 하니 다행히 태양이는 건강하게 잘 뛰어놀고 있다고 했다. 태양이를 만나기 위해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소림사가 위치한 금강공원에는 늦가을의 정취가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예쁘게 닦여 있는 공원길을 따라 높지 않은 계단을 오르니 소림사 입구가 보였다. 평화로운 공원에 멧돼지가 출몰했었다는 게 상상이 안 되었지만 금정산 등산로 입구에 걸려있는 플래카드가 그날의 일을 상기시켜주는 듯했다. 플래카드에는 ‘야생멧돼지 출몰 시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는데, 멧돼지와 근접한 거리에서 마주쳤을 때는 절대 등을 보이며 뛰거나 소리를 질러 자극하면 안 된다고 한다. 나무나 바위 뒤, 우산을 가지고 있다면 우산을 펴고 신속히 숨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한다.

소림사 경내로 들어가니 한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가서 보니 개 한 마리가 보살님 서너 분과 공놀이를 하며 놀고 있다. 기사에서 보았던 사고 당시 사진보다 몰라보게 커 있었지만 누런 털에 길게 늘어진 귀, 용맹스러운 얼굴이 딱 봐도 태양이 같았다. 다행히 그날의 기억은 잊은 듯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이 무척 건강해 보였다.

“얘가 태양이 맞아요. 그때가 태어난 지 1년 3개월, 두 살이었으니까 올해로 세 살이네요. 태양이가 코커스패니얼 종인데, 그 종들이 옛날엔 사냥개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멧돼지한테 겁도 없이 용맹스럽게 덤볐나봐요. 당시엔 엉덩이와 다리를 많이 물려서 살에 멧돼지 잇자국이 보일 정도였어요. 당연히 걷지도 못하고… 매일매일 동물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녔어요. 처음 몇 달간은 다리를 절어서 걱정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건강해졌답니다.”

태양이 덕분에 멧돼지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심월보살이 그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태양이는 심월보살 손자의 부탁으로 2017년 겨울 무렵부터 소림사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고 한다.

“태어난 지 1년 3개월밖에 안 된 작은 강아지가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멧돼지한테 달려들어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이 지금도 고맙고 감사하죠.”

‘멧돼지와의 혈투 끝에 사람을 살린 충견’으로 태양이의 사연이 TV 뉴스에 소개된 이후, 태양이를 돕고 싶다는 사람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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