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염부제와 염마왕, 그리고 팔대지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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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염부제와 염마왕, 그리고 팔대지옥(1)
  • 전순환
  • 승인 2019.12.0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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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무간업(五無間業)보다 더 중죄로 여겨지는 몸(身)·말(口)·마음(意)의 악업들, 즉 10악업도의 과보(果報)로 인해 가게 된다는 지옥, 즉 나라카(naraka)라는 이 지하세계는 과연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떠한 장소이며, 어떤 형벌을 부여하는 곳일까? 이러한 구체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은 여러 일반 서적이나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찾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 개관적인 답만 주어지는 정도일 뿐, 그 이상의 정보들을 찾아보는 수고스러움이 없는 한 문제의 답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① 지옥은 인간들이 산다는 염부제(閻浮提)의 지하에 있다고 한다. 왜 염부제일까? ② 지옥은 염마왕(閻魔王)이 주관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하필 왜 염마일까? ③ 지하에 존재하는 지옥은 여덟 개의 층으로 구성된

8대지옥(八大地獄)이라고 한다. 지옥은 여덟 개뿐인 것일까? 각각의 지옥에서 받는 형벌은 어떠한 것일까? 이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정답은 주어질 수 없겠지만, 필자는 가능한 한 불교와의 연관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개연적인 해답을 전승된 문헌과 경전들을 통해 찾아보려 한다.

지옥의 유래

야마 잘 알려져 있듯이 지옥은 이미 불교가 태동하기 오래전부터 언급되고 있는 개념이다. 그래서 지옥의 개념이 시작된 문헌들을 찾아 나섰고, 찾아보니 그 출발점은 역시나 베다(Veda)였다. 베다의 문헌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오래된 리그베다(Ṛgveda)의 경우 ‘지옥’을 의미하는 나라카(naraka)나 니라야(niraya)란 용어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특정 구절들(RV10.14.1-7)에서 돌아간 선친들과 그들이 가게 되는 사후세계에 관한 내용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내용이 ‘야마(Yama)’라는 부제하에 전개되고 있다는 점인데, 첫 두 개의 구절을 번역해보면 다음과 같다. “야마왕이시여! 당신은 우리 모두를 한데 모으셨고, 우리 위에 있는 저 높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셨으며, 그 여행의 길을 찾으셨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야마왕 당신은 우리를 위해 처음으로 거처할 곳을 찾으신 분입니다. 이 목초지는 그 누구도 결코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수 없습니다.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은 우리의 선친들이 떠나간 바로 그 길들을 그대로 밟아갈 것입니다.”

피트르로카 다른 한편으로 브르하드-아란야카-우파니샤드(Bṛhat=āraṇyaka=Upaniṣad,1.5.16)는 ‘저 높은 곳, 길, 목초지’로 표현되는 천상(天上)의 세계를 ‘아버지’의 피타르(pitar)와 ‘세계’의 로카(loka)가 합성된 피트르-로카(pitṛ=loka), 즉 ‘망부-계(亡父-界)’란 단어로 표현하면서 이 세계는 ‘아그니-신을 공양하는 행위’라는 뜻의 아그니-호트라(agni=hotra)를 통해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구절들을 읽다 보니, 문득 필자에게 “죽은 후 가게 되는 곳이란 원래 고과(苦果)의 세계라기보다 죽은 뒤 육신이 파괴되지 않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기 바라는 그러한 사후세계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그니와 같은 천신들을 공양한 선한 영혼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생전 나쁜 짓을 저지른 악한 영혼들도 존재하기 마련이기에, 이들이 가는 곳은 하늘과는 반대 방향인 땅 아래가 아니었을까? 이러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유는 아타르와베다(Atharvaveda)에서 단 1회이지만 나라카(nāraka)란 단어가 마침내 등장하며, ‘지하세계’를 의미하는 이 세계가 죽은 뒤의 악한 영혼들이 속죄하기 위해 보내지는 곳(AV12.4.36)이라고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이후의 문헌들은 점차 나라카를 더 자세하게 묘사하면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살벌하기 그지없는 모습의 지옥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나라카 왕이 묻고 현자가 답하는 바가와타-푸라나(Bhāgavata=Purāṇa)의 제5편 26장 ‘나라카(naraka)’에 관한 이야기에 따르면 지옥은 세계의 정남향(正南向) 에 위치하는 땅 아래에 있다고, 정확하게는 일곱 개의 층으로 구성된 파탈라(paṭala)와 가르바-우다카(garbha=udaka)라는 최하층 사이에 존재한다고 말한다.1파탈라는 어원적으로 ‘부분, 구획’을 뜻하지만 통상 ‘지하세계’라고 불리고, 가르바-우다카는 ‘내부/안쪽의-물/대해(大海)’를 의미한다. 아그니-스와타(agni=svātta)로도 불리는 망부(亡父)들의 세계와 지옥을 관할한다는 야마의 거처가 정남향의 천상(天上) 어디인가에 위치한다고 암시하는 이 문헌에서 야마는 세속의 땅(pṛthivī)에 살다가 죽어서 온 자들을 심판한다. 그 결과, 선한 영혼들은 ‘하늘’을 뜻하는 스와르가(svarga)로 올라가고, 악한 영혼들은 지하로 내려가는데, 이들은 죄의 경중(輕重)에 따라 28종의 지옥들 가운데 해당되는 곳으로 떨어져 형벌을 받는다고 한다. 또한 인간은 ‘생(生)-사(死)-환생(還生)’이라는 상사라(saṁsāra), 즉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기에 천계이든 지옥이든 할당된 과보(果報)가 끝나면 다시 태어난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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