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이 선불교를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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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이 선불교를 만난다면
  • 이상근
  • 승인 2019.11.26 10: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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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크리스 나이바우어(Chris Niebauer Ph. d.) 지음 | 김윤종 옮김 | 216쪽 | 2019. 12. 2 | 15,000원

 

동양철학과 선불교를 위한 뇌과학 교과서

 

“대세는 뇌과학”

미국 의회는 1990년대를 “뇌의 시대(Decade of the Brain)”라고 선언했다. 이후 현재까지 누군가의 표현처럼 ‘대세는 뇌과학’이었다.

뇌는 우주, 바다와 함께 인류가 끝까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이중에서도 뇌과학은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를 설명하는 꽤 유용한 ‘도구’ 역할을 해서 특히 더욱 관심이 높은 분야다.

여하튼 몇십 년 새 뇌과학과 신경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해 우리는 이제 ‘뇌 지도’를 갖게 되었다. 이제 언어 중추가 어디인지, 안면 인식 중추가 어디인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중추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실질적으로 마음의 모든 기능이 뇌의 어느 위치에서 이루어지는지 밝혀지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빼고 말이다.

바로, 나 자신(self)은 어디 있는가이다. 지금도 수많은 신경과학자들이 신경망 안에서 이곳이다 저곳이다 주장하고 있지만 자아가 어디 있는지 밝혀진 바는 없다. 심지어 오른쪽인지 왼쪽인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의 저자이자 인지 신경심리학 박사인 크리스 나이바우어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어쩌면, 우리가 자아(self)의 위치를 찾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거기에 그런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뇌과학, 동양철학과 선불교를 만나다

1960년대부터 시작해 2020년에 다다른 지금까지 뇌과학과 신경심리학의 연구는 계속해서 좌뇌가 좀 이상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좌뇌가 자꾸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 중에 가장 주목을 받았던 건 인지신경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S. Gazzaniga) 박사의 간질 환자 실험, 질 볼트 테일러 박사 스스로의 뇌졸중 체험, 뇌과학자 라마찬드란 박사의 환각지 체험 환자 실험 등이다. 이들의 실험에 따르면 좌뇌가 주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유와 설명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확인(마이클 가자니가)할 수 있고, 좌뇌의 활동이 정지되고 우뇌만 활성화 되면 충족감과 감사함이 극대화 되고(질 볼트 테일러), 좌뇌가 개연성 없이 너무 나가면 순간 우뇌의 브레이크가 작동한다(라마찬드란)는 것이다. 한마디로 좌뇌는 계속 없는 얘기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우뇌는 이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좌뇌가 만들어낸 거짓말 중에 가장 큰 것은 ‘에고’ 혹은 ‘나’라는 것을 창조해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적 자아란 실재하는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소설의 등장인물에 더 가깝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 자신은 ‘실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좌뇌가 어떻게 언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상징을 실제 자체로 착각하는지 보여준다.

역사상 처음으로, 비록 그럴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서양 과학자들의 연구가 동양의 깨달음의 토대가 되는 어떤 인식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선불교와 관련해서 말이다.

영미는 물론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붓다브레인』이 아주 자세한 지도를 그리며 명상이 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뇌과학과 신경심리학의 연구들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아주 쉽게 설명하며 결국 동양철학과 궁극에서 선(선)불교가 어떻게 2,500년을 앞서 서양철학과 과학이 갈 길을 먼저 걸었는지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책을 모두 읽고 나면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 자신은 실재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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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하 2019-11-30 20:18:09
현대의학의 가장큰 숙제인 "뇌" 과학의 비밀을 붓다브레인 이 중생들의 궁금 해결한 최상의 불교서적인듯
불교의 큰핵심을 풀어준다는데 크나큰 공덕을 인정해야 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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