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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에세이- 살며 사랑하며] 물질적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종교적 가치

 

2000년대를 전후하여 전세계를 석권한 신자유주의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신자유주의는 무역 자유화와 아울러 세계화를 이루면 모두가 잘사는 사회 국가를 건설할 것으로 믿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건과 대처의 바람’으로 불리는 신자유주의는 ‘정글의 법칙’, 또는 ‘승자 독식’이라는 무자비한 시스템인데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서유럽에선 더욱 심화되는 형편이다. 세계인들은 이로 인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품게 되었다. 지금은 한마디로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에 와 있다. 250년 이상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역사를 되짚어보자. 산업혁명 이후 처음으로 유럽, 미국, 아시아 3대륙의 소득 수준이 서로 근접한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의 부상에서 기인한다.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적 거의 같은 수준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세계사적 측면에서 비춰볼 때, 자본주의의 유일 지배와 아시아의 경제적 르네상스는 괄목할 만한 장면이다. 전 세계는 자본주의라는 동일한 경제 원리에 따라 작동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그 선례가 없다. 자본주의의 경제 원리란 즉, 합법적인 자유 임금 노동력과 대부분 개인 소유 자본을 사용한 이윤을 쫓는 생산 체제, 그리고 국가적 통제권이다.
 

한때 자본주의는 러시아 혁명으로 인해 공산주의와 세계를 공유했으며, 공산주의는 인류의 3분의 1을 포함하는 국가들을 지배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어떤가. 자본주의 이외에는 어느것도 남아 있지 않다. 세계 발전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 매우 한정된 북한 같은 지역을 제외하고는 말이다(북한도 사실은 장마당을 통해 자본주의에 물들고 있다). 전 세계에 걸쳐 이뤄낸 자본주의의 승리는, 1848년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예측했던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자본주의는 외국에서의 이윤이 국내 이익보다 높으며 국가 간 경계를 내 집 드나들 듯이 넘나들고 있다. 물자나 상품의 교환, 자본의 이동,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노동의 이동을 용이하게 한다. 전 세계 무역은 이처럼 같은 규칙을 따르고 이윤 창출과 관련해 동일한 시스템 속에 살고 있다. 확실히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현저한 성공을 이뤄냈다. 즉, 자본주의는 사람들에게 그 목적을 전달하거나, 또는 사람들이 그 목표를 채택하도록 촉진하거나 설득했고, 따라서 자본주의의 확산에 필요한 것과 인간의 생각, 욕망, 가치 사이에서 비범한 조화를 이뤄냈다.

정치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어떤 사회 체제라도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창조하는 데 가장 성공적이었다. 즉, 개인들은 그 안정된 사회 체제를 디딤돌 삼아 일상적 행동을 통해 성향을 드러내고, 그리고 보다 광범위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세계를 정복하는 데 있어서, 두 가지의 다른 형태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미국을 위시한 자유주의적 성과주의 자본주의(liberal meritocratic capitalism)로서, 지난 200여 년 동안 서구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왔다. 다른 하나는 국가 주도의 정치, 또는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이다. 중국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시아의 일부 지역에도 존재한다. 싱가포르, 베트남, 미얀마 등이다. 그러나 자유주의 자본주의 그리고 국가자본주의 사이의 경쟁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한 체제가 전 세계를 지배하지는 못할 것으로 필자는 예상한다. 자유주의 성과주의 자본주의에는 기독교라는 서구 종교가 바탕을 깔고 있다. 반면, 아시아적 자본주의는 중국을 위시한 유불선의 종교이지만, 본시 그 바닥을 보면 사실 불교적 사상이 바탕에 있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자본주의란 본시 인간의 욕망 창의성을 최대로 중시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한편으로 아시아적 가치는 체계적인 불교 사상 위에서 발전해 온 역사적인 근거가 무수히 많다. 서두에서 거론한 것처럼 자본주의 정점인 신자유주의가 인류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 결국 아시아적 가치가 새롭게 조명될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조만간 아시아적 가치는 인류에게 큰 등불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 3국의 불교 사상은 대단한 업적을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인간 삶의 근본에는 물질적 현상세계를 지배하는 자본주의 체제보다는, 종교적 가치를 터로 하는 인간적 삶이 자리하고 있다. 인류는 종교적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되는 시대에 살게 될 것이다. 특히 현대 기독교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시민들은 새로운 사상과 삶을 갈구하고 있다. 한국의 불자들은 저명한 고승들이 명멸한 한국적 불교를 재조명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다 할 것이다. 불교 사상은 물질적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이론과 토대가 충분하다.

 

정승욱
현재 세계일보 문화 선임 기자로 재직 중이다. 도쿄 특파원과 정치 선임기자로 활동했다. 「중국공산당 집단지도체제 연구」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한국외대)를 취득했다. 저서로 『김정일 그 후』, 『새로운 중국,시진핑 거버넌스』, 『일본은 절대 침몰하지 않는다』가 있고, 역서로는 『미중 플랫폼 전쟁』이 있다.

 

 

글.
정승욱

정승욱  bulkwang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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