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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사는 동물 이야기] 달마사 식구들과 달순이의 회자정리(會者定離)서울 동작구 달마사와 노견 달순이

어느 동요의 노랫말처럼 푸른 가을 하늘에 하얀 조각구름이 둥실 떠 있던 휴일 아침.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사찰로 소문 난 동작구 서달산 달마사를 찾았다. 달마사를 감싸 안은 서달산은 북한산에서 남산을 거쳐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도심 속 자연의 한 축을 이루는 산이다. 달마사 입구로 들어서니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사찰이 고즈넉하게 다가왔다. 역시나 듣던 대로 도심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풍광에 가슴이 탁 트였다.

사랑받고 사랑 주는 노견, 달순이
신도들은 물론이고 등산객도 많이 찾아오는 달마사에 열예닐곱 살 먹은 노견 달순이가 산다. 달마사와 인연 맺은 순서로 치자면 현재 주지이신 일행 스님보다도 달순이가 먼저다. 15~6년 전, 당시 주지스님이 18개월 된 강아지를 데려와 달순이라 이름 붙여준 이래로 달순이는 달마사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보통 다른 사찰의 견종이 진돗개나 삽살개 같은 밖에서 키우는 대형견인데 반해 달순이는 시츄 잡종이다. 작은 반려견이기에 일반 가정집에서라면 실내에서 지냈겠지만 절이라는 공간적 특성상 밖에서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단다. 처음 달마사에 왔을 때는 종무소 안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터 사찰 도량 전체가 달순이의 거처가 됐다. 20여 년간, 달마사에서 봉사를 하며 달순이를 보아온 수연행 보살은 이렇게 회상한다.“ 의외로 달순이는 밖에서 지내는 것에 적응을 잘했어요. 가을, 겨울이 되면 달순이가 행여 추울까 봐 신도분들이 전기장판을 사다주기도 했는데, 오히려 싫다면서 밖에 나와 잤어요. 흙을 밟고 돌아다녀서 오래 사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한번은 비가 오던 날, 달순이가 종무소 안에 있는 줄 모르고 문을 잠근 적이 있는데 달순이가 밤새 다음날 지장재일에 붙일 위패를 다 찢어놨더라고요. 밖에도 못 나가고 혼자 갇혀있던 게 화가 났던 모양이에요.” 수연행 보살은 달순이에 대한 오래전 기억을 마치 어제 일처럼 술술 풀어놓는다. 기억이 잘 안 나는 것은 다른 보살님에게 전화를 걸어 묻기도 하면서. 그만큼 달마사 신도들에게 달순이란 존재는 단순한 개 이상이었는가 보다. “보살님들이 절에 올 때마다 달순이 간식을 많이 사 오셨어요. 달순이도 눈치가 빤해서 간식 사 오는 보살을 딱 알아보고, 그 보살이 오면 법당이든 어디든 졸졸 따라다녀요. 달마사에 머무는 기도스님들도 달순이와 산책을 가기도 할 만큼 다들 예뻐하셨죠. 달마사 회주이신 진화 스님이 매달 관음재일 때마다 송광사에서 올라오시는데, ‘달순이 맛있는 거 사줘라’ 하며 예뻐하시니까 그 다음부턴 회주스님 오시는 차 소리만 나도 벌써 알고 뛰어나가더라고요.” 작은 동물이라도 자기를 예뻐하고 사랑해 주는 마음을 느끼는 것에서는 사람과 차이가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불성(佛性)을 지닌 존재들이기에… 반대로 자신을 괴롭히거나 야단치는 사람이 있을 때 달순이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단다. 공양주 보살이나 기도 스님에게 야단을 맞은 날에는 그분들이 다니는 길목에 배를 대고 누운 채, 갈 길을 방해하며 귀여운 복수를 하는 것이다. 기도를 마치고 법당을 나오던 기도스님은 누워 있는 달순이를 피하다 발을 접질린 적도 있다고 한다. “달순이는 머리가 영리해요. 절에서 고추를 말리려고 내놓은 적이 있는데 비둘기가 날아들어 쪼아 먹는 거예요. 그래서 한 보살이 달순이에게 비둘기 좀 쫓아 버리라고 하니까, 그 보살만 오면 시키지도 않았는 데 비둘기를 쫓아서 한참을 웃었죠.” 언젠가 달순이는 작은 길고양이와 함께 살았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아침에 절에 와서 보니까 달순이 집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같이 자고 있는 거예요. 몇 달 동안 한 집에서 같이 자고 달순이 밥도 같이 먹으면서 지냈던 걸로 기억해요.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안 좋다던데 두 녀석이 장난치며 노는 모습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보기 좋더라고요. 그러다 불사를 하면서 달순이 집을 옮겼는데 그때부터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죠.”

이별은 또 다른 인연의 시작
안타깝게도 현재 달순이는 달마사에 살지 않는다. 평소 달순이를 애지중지했던 신도 집으로 입양 간 지 1년이 되어 간다고 한다. 달순이의 나이가 너무 많아 관절도 안 좋고 밖에서 생활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건강하게 도량을 뛰어다니던 달순이었지만 그간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긴 적도 있었다. 자궁 적출 수술과 관절 수술을 하기도 했다. 몸에 기생충이 생겨 두어 달 동물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는데, 회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신도들이 다 같이 면회를 가기도 했단다. 신도들의 진심 어린 사랑 때문이었을까, 달순이는 기적처럼 깨어나 다시 달마사로 돌아왔다. 하지만 사람이나 동물이나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 법. 그렇게 달순이는 15~6년을 살았던 달마사와 작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만난 것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어 있다지만, 십 년 넘게 달순이와 정이 든 달마사 신도들은 더 이상 달순이를 볼 수 없어 섭섭한 마음이 컸다고 한다. “가끔씩 달순이 간식을 사 오던 보살님들이 오랜만에 오셨다가 달순이가 없으니까 섭섭해들 하시죠. 달순이를 입양한 신도분도 평소 달순이를 많이 좋아하셨어요. 올 때마다 목욕도 시키고 정기적으로 병원에도 데려가고, 미용도 시켜주고…. 그 신도분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는데 달순이를 의지하며 잘 지내신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어요. 하루 종일 절에서 함께 있다가 저녁에 거사님들과 보살님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면 달순이가 늘 아쉬운 얼굴로 절 앞까지 배웅을 했었거든요. 그 표정이 잊히지 않아요. 이제 새 가족들과 계속 함께할 수 있으니 달순이에겐 더 좋은일이겠죠.” 한때는 달순이의 놀이터였을 달마사 도량을 거니는데, 휴일을 맞아 사찰을 찾은 가족들과 등산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중앙대학교와 숭실대학교가 위치해 있고, 아파트 단지들도 많아 서울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편한 도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전각들보다 특별했던 곳은 소림굴이었는데, 영천이라 불리는 이곳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마르지 않는 샘으로 번뇌의 고통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갈망하는 이들에겐 감로수와 같은 곳이라고 한다. 등산로를 따라 서달산 정상에 오르니 거북바위와 아미타불이 신비롭게 다가왔다. 거북바위는 천연 암석이 한강을 굽어 바라보는 형상으로 일년에 두 번 한강에 나아가 목욕을 한다는 설화가 전해져 온다. 달마사에서는 곧 새해를 맞아 ‘제2차 달마행자 천일기도’를 봉행 예정이다. 제1차 천일기도는 2019년 11월 1일로 마치고, 2020년 1월 1일부터 제2차 천일기도가 시작된다고 한다. 불자들이 조금씩이라도 매일 기도수행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불사를 위한 발원이 담긴 천일기도다. 취재를 마치고 달마사를 나오는 길에 사진으로 만난 달순이가 저만치서 배웅을 하는 듯 느껴졌다. 직접 볼 수 없었던 것은 아쉬웠지만 달마사 신도들에게 좋은 인연으로 남아있는 달순이를 생각하니 ‘동물이든 사람이든 한번 맺은 인연은 영원히 이어진다’는 어느 책에서 본 문장이 떠올랐다. 달마사 신도들에게도, 달순이에게도 함께했던 시간들이 행복한 추억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어느새 차가워진 가을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걸어 내려 오는데, 달마사를 품고 있는 서달산의 온기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 매월 <절에 사는 동물 이야기>에 소개되는 이야기를 불광미디어 유튜브 채널(‘불광미디어’ 검색)과
불광미디어 공식 사이트(www.bulkwang.co.kr)에서 생생한 영상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조혜영 그림. 봉현

조혜영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추계예술대 대학원 영상시나리오 석사,
BBS불교방송 및 KBS 라디오드라마 작가로 일했으며, 대학에서 영화, 창의성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조혜영  bulkwang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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