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사는 동물 이야기] 달마사 식구들과 달순이의 회자정리(會者定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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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사는 동물 이야기] 달마사 식구들과 달순이의 회자정리(會者定離)
  • 조혜영
  • 승인 2019.11.06 14: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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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달마사와 노견 달순이

어느 동요의 노랫말처럼 푸른 가을 하늘에 하얀 조각구름이 둥실 떠 있던 휴일 아침.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사찰로 소문 난 동작구 서달산 달마사를 찾았다. 달마사를 감싸 안은 서달산은 북한산에서 남산을 거쳐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도심 속 자연의 한 축을 이루는 산이다. 달마사 입구로 들어서니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사찰이 고즈넉하게 다가왔다. 역시나 듣던 대로 도심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풍광에 가슴이 탁 트였다.

사랑받고 사랑 주는 노견, 달순이
신도들은 물론이고 등산객도 많이 찾아오는 달마사에 열예닐곱 살 먹은 노견 달순이가 산다. 달마사와 인연 맺은 순서로 치자면 현재 주지이신 일행 스님보다도 달순이가 먼저다. 15~6년 전, 당시 주지스님이 18개월 된 강아지를 데려와 달순이라 이름 붙여준 이래로 달순이는 달마사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보통 다른 사찰의 견종이 진돗개나 삽살개 같은 밖에서 키우는 대형견인데 반해 달순이는 시츄 잡종이다. 작은 반려견이기에 일반 가정집에서라면 실내에서 지냈겠지만 절이라는 공간적 특성상 밖에서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단다. 처음 달마사에 왔을 때는 종무소 안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터 사찰 도량 전체가 달순이의 거처가 됐다. 20여 년간, 달마사에서 봉사를 하며 달순이를 보아온 수연행 보살은 이렇게 회상한다.“ 의외로 달순이는 밖에서 지내는 것에 적응을 잘했어요. 가을, 겨울이 되면 달순이가 행여 추울까 봐 신도분들이 전기장판을 사다주기도 했는데, 오히려 싫다면서 밖에 나와 잤어요. 흙을 밟고 돌아다녀서 오래 사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한번은 비가 오던 날, 달순이가 종무소 안에 있는 줄 모르고 문을 잠근 적이 있는데 달순이가 밤새 다음날 지장재일에 붙일 위패를 다 찢어놨더라고요. 밖에도 못 나가고 혼자 갇혀있던 게 화가 났던 모양이에요.” 수연행 보살은 달순이에 대한 오래전 기억을 마치 어제 일처럼 술술 풀어놓는다. 기억이 잘 안 나는 것은 다른 보살님에게 전화를 걸어 묻기도 하면서. 그만큼 달마사 신도들에게 달순이란 존재는 단순한 개 이상이었는가 보다. “보살님들이 절에 올 때마다 달순이 간식을 많이 사 오셨어요. 달순이도 눈치가 빤해서 간식 사 오는 보살을 딱 알아보고, 그 보살이 오면 법당이든 어디든 졸졸 따라다녀요. 달마사에 머무는 기도스님들도 달순이와 산책을 가기도 할 만큼 다들 예뻐하셨죠. 달마사 회주이신 진화 스님이 매달 관음재일 때마다 송광사에서 올라오시는데, ‘달순이 맛있는 거 사줘라’ 하며 예뻐하시니까 그 다음부턴 회주스님 오시는 차 소리만 나도 벌써 알고 뛰어나가더라고요.” 작은 동물이라도 자기를 예뻐하고 사랑해 주는 마음을 느끼는 것에서는 사람과 차이가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불성(佛性)을 지닌 존재들이기에… 반대로 자신을 괴롭히거나 야단치는 사람이 있을 때 달순이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단다. 공양주 보살이나 기도 스님에게 야단을 맞은 날에는 그분들이 다니는 길목에 배를 대고 누운 채, 갈 길을 방해하며 귀여운 복수를 하는 것이다. 기도를 마치고 법당을 나오던 기도스님은 누워 있는 달순이를 피하다 발을 접질린 적도 있다고 한다. “달순이는 머리가 영리해요. 절에서 고추를 말리려고 내놓은 적이 있는데 비둘기가 날아들어 쪼아 먹는 거예요. 그래서 한 보살이 달순이에게 비둘기 좀 쫓아 버리라고 하니까, 그 보살만 오면 시키지도 않았는 데 비둘기를 쫓아서 한참을 웃었죠.” 언젠가 달순이는 작은 길고양이와 함께 살았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아침에 절에 와서 보니까 달순이 집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같이 자고 있는 거예요. 몇 달 동안 한 집에서 같이 자고 달순이 밥도 같이 먹으면서 지냈던 걸로 기억해요.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안 좋다던데 두 녀석이 장난치며 노는 모습을 보면 귀엽기도 하고 보기 좋더라고요. 그러다 불사를 하면서 달순이 집을 옮겼는데 그때부터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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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심 2019-12-15 20:21:12
달순이가 너무 보고싶어요
우리 거사님을 엄청 따랐었는데~
지장제일 갈때 마다
옛날 강아지 키우던 생각에
간식을 사다주는걸
기억하고 늘 기다리고
있었는데....ㅜㅜ
달순아
잘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