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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들] 승복 짓기, 불편함 없이 수행하도록 보좌하는 일엔티콜드 경성기업 황성자 대표

오는 11월에 있을 2019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는 아주 특별한 패션쇼가 열린다. 바로 승복을 선보이는 승복 패션쇼다. 전문 모델이 아닌 스님들과 일반 불교 신자들이 승복과 법복을 입고 런웨이를 걷는다. 전 세계 최초로 개최되는 이번 승복 패션쇼에는 승복 업체 ‘엔티콜드 경성기업’이 단독으로 참여해 총 스무 벌의 옷을 선보일 예정이다. 패션쇼에 출품할 옷을 만드느라 한시가 바쁘다는 엔티콜드 경성기업의 황성자 대표를 만나 그녀만의 승복 철학을 들어봤다.

스님께 지어드린 따뜻한 승복이 인연이 되어

승복을 만든 지 올해로 10년째. 승복을 만들기 전에는 한 유명 프랑스 의류 브랜드에서 일반 옷을 만들어 왔다는 엔티콜드 황성자 대표. 그녀는 처음에 어떤 인연으로 승복을 만들게 됐을까? 황대표는 승복을 만들기 전 냉방병 환자를 위한 보온 기능의 옷을 주로 만들었다고 한다. 보온 기능의 옷을 만드는 황 대표에게 거위 털은 신이 주신 선물이었다. 거위 털은 겨울에 몸을 따뜻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체온을 지켜주는 역할을 해서 계절을 가리지 않고 냉한 체질의 사람들에게 만족도가 높았다. 그렇게 거위 털 제품을 만들던 황 대표는 문득 산속에서 수행하는 과정에서 냉한 체질로 바뀌는 스님들을 떠올렸다.
“스님들이 산중에서 장시간 수행하는 과정에서 체질이 냉한 체질로 많이 바뀝니다. 또 무릎을 구부리고 양반다리를 한 채 수행하다 보면 다리가 시린 스님들도 많이 계시고요. 그런 점이 안타까워서 제가 알고 지내던 스님께 거위 털로 승복을 지어드렸습니다. 그 스님께서 제가 지은 승복을 입어보시고는 가볍고 따뜻하다며 정말 좋아하셨어요. 스님의 칭찬을 받고 용기를 얻어 승복을 시작하게 된 거지요.”
승복 업계 최초로 거위 털을 승복에 접목해 ‘거위 털 승복’을 만들었고, 이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 황 대표지만 처음엔 본인이 만드는 거위 털 승복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살아 있는 거위의 털을 강제로 뽑아 옷을 만든다는 세간의 오해 때문이었다. 실제로 거위 털 승복을 선보이러 사찰을 찾았을 때 이런 이유로 거부감을 표하는 스님들도 많았다. “처음 거위 털 제품을 선보일 땐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저희 제품이 동물 학대와 관련 없다는 걸 스님들께 일일이 설명해 드리고 오해를 풀었어요. 거위 털 제품 중 살아 있는 거위로부터 뽑은 털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렇게 하면 수공비가 더 비싸지거든요. 외국에는 육류 섭취하는 나라가 많잖아요. 이런 나라에서 거위를 도축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털을 가져다 가공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스님이 수행함에 불편함이 없도록

처음 승복을 만들게 된 계기가 그랬듯 황 대표가 승복을 만들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건 기능과 편의성이다. 황 대표는 스님들이 승복을 입고 수행하면서 어떤 불편함을 느끼는지 탐색하고, 불편한 점을 발견하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승복을 디자인한다. 이 과정에서 스님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스님들이 겉옷으로 걸쳐 입는 조끼를 반팔 소매로 디자인한 제품도 어깨가 시리다는 스님의 말씀에서 힌트를 얻어 디자인한 것 중 하나다. “스님들은 보통 목탁을 많이 치니까 어깨가 시린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보통 스님들이 입는 조끼가 어깨 일부만 감싸니 스님들 어깨가 시려 고통스럽다고 하세요. 팔을 모두 덮는 디자인은 팔을 움직이기도 불편하고 설거지처럼 물 닿는 일을 할 때마다 소매를 걷어야 해서 거추장스럽고요. 이런 스님들 말씀을 귀담았다가 기존 조끼를 팔의 반을 덮는 반팔 형태로 디자인해봤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특히 요리하는 스님들께 인기가 많았어요.”
속바지와 바지, 두 벌의 바지를 한 벌로 합친 바지 디자인에도 황 대표의 남다른 관찰력과 센스가 묻어난다. 스님들은 계절과 관계없이 속바지를 꼭 착용해야 하는데 여러 옷을 겹쳐 입다 보니 옷이 감기기도 하고 여름엔 땀이 차는 불편함이 있다. 정식으로 승복을 갖춰 입으면서도 속바지가 감기고 땀이 차는 불편함을 극복할 방안은 없는 걸까, 한참을 고민한 끝에 황 대표는 속바지를 바지 안에 덧대 바지 두 벌을 한 벌로 만들었다. 이는 올해 막 선보인 제품임에도 입소문을 타서 반응이 아주 좋다. “스님들이 저희 승복을 입고 정말 편하다고 칭찬해주시면서 계속 찾아주실 때가 저는 가장 행복합니다. 이 일을 하기를 잘했다 싶고요. 제게 승복 짓는 일은 스님들이 수행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보좌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나무’를 성장시켜 ‘열매’를 맺다

엔티콜드 경성기업은 현재 가족 회사다. 황 대표는 옷을 만들고 장녀인 ‘우리’ 실장은 직접 사찰을 돌며 스님에게 옷을 판매한다. 차녀 ‘열매’ 씨는 매장을 지키며 가게를 찾는 손님을 맞는다. 이렇게 한 회사에서 제작과 판매를 같이 하다 보니 스님들의 피드백을 바로바로 승복 제작에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황 대표는 말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를 의도하고 가족 회사를 꾸린건 아니었다. 황 대표가 두 딸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게 된 데는 다른 사연이 있다. 원래 황 대표는 판매 담당 직원을 따로 두고 옷을 짓는 일만 했다. 그러다 판매를 맡았던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판로를 잃게 됐다. “이제 이 물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장사를 접어야 하나 생각했어요. 저는 판매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고민하던 때 황 대표에게 용기를 준 건 다름 아닌 장녀 우리 씨였다. “남이 만든 옷을 가져다가 팔기도 하는데, 왜 직접 만든 옷을 못 파느냐고 큰딸이 저를 다그치며 ‘우리가 한번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우리 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황 대표를 도와 판매를 맡게 됐고 뒤이어 열매 씨까지 엔티콜드에 합류하게 된다. 황 대표를 믿고 응원한 건 딸들뿐이 아니었다. 엔티콜드 모든 직원들도 한마음으로 ‘함께 해보자’며 황 대표를 응원했다. 하지만 모두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일에 첫걸음을 내딛는 건 쉽지 않았다. 판로 확보를 위해 처음으로 직접 승복을 들고 사찰을 찾아다녔을때 황 대표는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직원들 뒤에 숨곤 했다. “제가 보시다시피 말주변도 없고 내성적이라 처음엔 스님 마주하기가 괜히 부끄럽더라고요. 그런데 직원들을 앞세워 한 번 두 번 사찰에 찾아가고, 그때마다 스님들께서 제 등 두드려주시며 응원해주시다 보니 용기를 많이 얻었습니다. 제게 힘을 실어준 아이들과 직원들에게 정말감사한 마음입니다.” 스님 대하기 어려워하던 황 대표의 딸들도 이젠 오히려 사찰을 가서 스님을 뵐 때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우리 실장은 “어머니를 도와드리려는 마음으로 판매일을 맡게 됐는데 이제는 이 일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아직 서툴지만, 어머니의 회사를 이어가기 위해 옷을 만드는 것도 차차 배워나가고 있습니다”라며 활짝 웃는다. 인터뷰가 끝날 때가 돼서야 황 대표와 두 딸의 법명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의미를 물어봤다(두 딸의 법명은 각각 ‘우리’와 ‘열매’이고 황 대표의 법명은 ‘나무’이다). “우리가 나무를 성장시켜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입니다. 두 딸과 제가 힘을 모아 회사를 성장시켜 결실을 맺는다는 의미지요. 앞으로 아이들이 제 업을 잘 받아서 지금의 제 마음처럼 스님들께 편하고 좋은 옷을 지어 전달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글.허진 사진.최배문

허진  moonspark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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