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 이상한 것들이 산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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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이상한 것들이 산다(3)
  • 이상근
  • 승인 2019.10.1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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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벽화와 조각으로 만나는 이웃 종교
노승대 지음 | 512쪽(올컬러) | 28,000원

 

스님과 도사와 유학자, 호계삼소(虎溪三笑)

동진의 혜원(334~416) 스님은 여산 동림사(東林寺)에 주석하면서 결코 산문 밖을 나가지 않겠다고 서원하였다. 누가 와도 절 초입에 있는 호계(虎溪)라는 개울에 놓인 다리를 건너가지 않고 손님을 배웅하였다. 깊은 산중이라 이 계곡 근처에서 호랑이가 흔히 울었던지 이름도 호계라 하였고, 다리 이름도 호계교(虎溪橋)라 하였다.
(중략)
어느 날 도교의 도사인 육수정(406~477)과 유교의 도연명(365~427)이 찾아왔다. 세 사람은 며칠간 법담을 나누며 즐겁게 지냈는데 두 사람이 돌아가는 날 혜원 스님은 이야기하면서 배웅을 하다 자기도 모르게 호계교를 건너가고 말았다. 그때 마침 호랑이가 울었다.
혜원 스님이 깜짝 놀라 “내가 30년 동안 산문을 나가지 않았는데 그대들과의 즐거운 대화 때문에 그 서원을 잊어 버렸네.”라고 말하였고 세 사람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상상과 전설의 주인공•신선」 중)

호계삼소(虎溪三笑)라는 말의 유래입니다. 스님(불교), 도사(도교) 그리고 유학자(유교)가 등장합니다. 이 이야기는 당나라를 거치며 민간에 유행해 송대에 이르러 급기야 이용면에 의해 <호계삼소도>라는 이름의 그림이 그려지게 됩니다. 이후 이 호계삼소는 화사들의 단골 그림 소재였습니다.
물론 정말 셋이 만났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혜원 스님이 도연명보다 서른 정도 나이가 많습니다. 하지만 도연명이 살았던 심양은 여산에서 멀지 않았던 곳이라 둘의 교류는 있음직해 보입니다. 하지만 육수정은 혜원 스님이 입적했을 때 나이가 겨우 열 살 정도였습니다. 셋이 함께 어울렸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쪽으로 기웁니다.
여하튼 우리나라에도 이 <호계삼소도>가 멋들어지게 그려진 사찰이 있습니다. 바로 수원에 있는 용주사입니다. 아래 그림의 오른편입니다. 사찰에 도교의 도사나 유교의 유학자가 등장하니 좀 ‘신선’합니다. 그래도 이 모임의 주인이 ‘스님’이었으니 이해가 갑니다.

수원 용주사 대웅전 벽화

그런데 왼편에 있는 그림은 뭘까요? 바로 <이교납리도>입니다. 한고조 유방의 신하인 장량(張良)과 황석공(黃石公)의 일화를 그린 겁니다. 장량이 다리 위를 산책할 때 삼베옷을 입은 노인이 일부러 신을 떨어뜨리고 주워오라고 했던 이야기입니다.
조금 이상합니다. 호계삼소 이야기야 불교와 아예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으니 사찰에 그려진 게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교납리도>는 불교와는 1도 관련이 없습니다.

 

사찰에는 도사도 산다

도교가 이 땅에 들어온 건 문헌상으로는 624년이니 불교 유입보다 200~300년 정도 늦습니다. 중국에 도교가 먼저 발흥하고 이후에 불교가 들어온 것과는 반대입니다. 고구려 마지막 왕인 보장왕 대에는 당에서 도교를 수입하기 위해 당나라에 사신을 보냈고 당 태종이 도사 숙달 등 8명을 파견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도교가 한반도에 정착한 겁니다. 하지만 도교의 신들이 본격적으로 사찰에 등장하게 된 건 조선시대 이후입니다. 고려 때까지는 민간에 퍼진 도교의 신선들을 받아들일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조선에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국가의 지원이 끊긴 건 물론, 도심의 사찰은 죄다 철폐되었고 일반인이 맘 놓고 절에 갈 수도 없으니 사찰 경제는 궁핍해졌습니다. 
형편이 이러하니 민간에 익히 알려진 신선들을 그린 벽화가 등장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였습니다. 특히 괴로움의 현실 세계를 벗어나 장생불사의 신선세계로 가거나 번뇌가 끊어진 극락정토로 가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꿈이었겠지요.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많은 사찰의 법당 내외의 벽이나 천장에 여러 신선들이 등장하게 된 것도 다 시대의 요청이었던 것입니다.

흥미로운 그림 몇 개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상주 남장사 극락전 벽화 | 고래를 타고 가는 이태백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진 상주 남장사의 ‘고래를 타고 가는 이태백’ 벽화입니다. 주당이 왜 사찰 벽화에 등장했는지는 모르지만, ‘고래를 타고 가 신선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반야용선을 타고 극락으로 가자는 이야기와 ‘구조상’으로는 비슷합니다.

마곡사 대광보전에서는 도교의 여러 신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습니다. 거의 ‘박물관’급입니다.
두꺼비를 동전으로 놀리는 하마선인(중앙), 지팡이에 올라탄 이철괴(왼쪽), 그리고 오른쪽에 여동빈으로 추정(?)되는 도교 팔선의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한산과 습득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고 도저히 이름은 모르겠지만 여하튼 불교와 ‘별’ 관련은 없어 보이는 귀하신 분(?)들이 보입니다.

마곡사 대광보전 내부 벽화

사찰에는 우리 민족 고유의 신앙과 도교의 영향을 받은 그림도 있습니다만 조선 후기로 가면 유교의 영향을 받은 그림이나 조각도 꽤 됩니다. 유교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유물은 바로 사군자입니다. 사군자는 사찰 벽화로도 많이 그려졌지만 백미는 전각의 문창살입니다. 여러 곳에서 확인됩니다.
아래 사진은 용문사 대웅전 문창살입니다.

양평 용문사 대웅전 문창살

이래저래 절에서는 모두 잘 어울려 사는 것 같습니다. 이 땅에 발 딛고 오래오래 민중들과 호흡해온 흔적입니다.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저자 무료 특강 1탄
“절에 사는 수중 생물과 반야용선”
▶ 일시 : 2019년 10월 27일 오후 3시(90분 강의)
▶ 장소 :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조계사 내)
▶ 비용 : 무료(사전 접수 인원 300명 한정)
▶ 전화 접수 : 02-420-3200 / 02-420-3300(불광미디어)
▶ 인터넷 접수 : http://naver.me/xB6TDKDh
                      (인터넷 접수를 원하시면 아래 이미지를 클릭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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