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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글·사진|352쪽|값 19,800원

감성이 풍부해지는 계절, 가을입니다. 이맘때 순도 100퍼센트의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물씬 일어납니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자연스럽게 책 한 권을 다시 펼쳐 들게 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 김홍희의 암자기행 산문집이자 흑백사진 화보집 『상무주 가는 길』입니다.
이 책은 김홍희 작가가 90년대 중반 신문에 연재한 ‘암자로 가는 길’ 이후 23년 만에 다시 26곳의 암자를 찾아, 그 여정을 기록한 책입니다. 나무, 바위, 돌, 물, 하늘…, 그리고 스님. 매번 같은 풍경으로 펼쳐지는 암자를 오르고 또 오른 그는 어느 순간 더 위로 머무를 곳 없는 무상(無上)의 땅 ‘상무주(上無住)’에 올라섰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곳은 모든 것이 정지된, 마치 돌처럼 흐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속에서 그는 갑작스레 찾아든 암세포를 치유하고, 오랫동안 끈질기게 쫓아다니던 우울을 털어냈습니다.
‘글 쓰는 사진가’ 김홍희는 스테디셀러 『암자로 가는 길』을 비롯해, 현각 스님의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법정 스님의 『인도 기행』, 조용헌의 『방외지사』 등에 사진을 실었고, 저서 『나는 사진이다』, 『방랑』,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등을 통해 사진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잘 알려진 사진가입니다. 그는 늘 새롭고 획기적인 화각(畵角)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독특한 이미지로 형상화하며, 철학이 깃든 작품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책 『상무주 가는 길』 속에는 김홍희 사진가 특유의 번뜩이는 글과 함께 세심한 감성으로 포착한 100여 컷의 흑백사진이 펼쳐집니다. 고집스런 사진가 정신, 장인의 뚝심이 느껴지는 사진들입니다. 글은 글대로 사진은 사진대로 배치되어, 글과 사진이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절묘한 조화를 빚어내고 있습니다. 읽는 맛이 보는 맛을 돋우고, 보는 맛이 읽는 맛을 부릅니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열고 보더라도 자연스럽게 ‘상무주를 향한 여정’에 동참하게 됩니다.
저자의 글쓰기는 경계가 없습니다. 애써 꾸미지 않고 숨기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감성을 끌어내며 암자의 존재 이유를, 사람이 살아가는 일을 정직하게 풀어놓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더욱 선명해지는 총천연색 칼라시대에 흑백사진을 고집한 까닭입니다.
흑백사진은 돌처럼 천천히 흐르는 암자의 시간을 형상화하며 가슴 깊이 진한 여운으로 다가옵니다. 추억을 쓰다듬고 아픔을 건드리면서도 진정한 위안의 손길을 내밉니다. 세상살이의 시름을 딛고 다시 저잣거리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안겨줍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며 한층 풍요롭고 성숙한 삶으로 안내해줍니다. 웃지도 울지도 않는 듯한 돌 같은 흑백의 풍경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그대 올라보지 않겠는가?
상무주, 그 하늘을 향해 열려있는 구원의 땅!”

양동민  bulkwang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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