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나이 듦에 관하여] 늙어간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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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나이 듦에 관하여] 늙어간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 이근후
  • 승인 2019.09.2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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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세상에 오고 싶어서 온 사람이 있겠는가. 또 누가 저세상으로 가고 싶어 가는 사람이 있겠는가. 이것은 내 의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오는 세월 막지 말고 가는 세월 잡지 마라”고들 한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내 의지대로 될 일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 경우가 있으니 오는 세월을 막으려고 하는사람들도 많고 가는 세월을 잡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은가보다. 하긴 주변을 돌아보면 오는 세월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도 있고 가는 세월을 붙잡으려고 애쓰는 사람도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균 수명이 4~50대였는데 지금은 80세를 훌쩍 넘고 있으니 세월을 막고 잡을 욕심이 생길법도하다.

송강 정철 선생님의 시조에 이런 말이 있다. “이보오, 늙은이. 짐 벗어 나를주오. 늙기도 서러워라커녕 짐조차지실까.” 참 고마운 시조다. 참 고마운 젊은이다. 상대적으로 생각하면 지금의 젊은이도 이런 마음을 갖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이런 마음을 가진 젊은이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젊은이도 많을 것이다. 그만큼 세월이 흘러 사회가 변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또 백세시대를 구가하는 삶이니 100세를 살기 위해서 늙은이들도 짐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러니 ‘짐 벗어 나를 주오’ 하는 젊은이도 줄어들었지만 계속 짐 을지고 놓지 않고 살아가는 노인들도 많은 사회가 되었다.

노인이라는 시기는 생애의 마지막 단계이다. 모든 것이 젊을 때 같지 않다. 옛날 서양 속담에 노인이 한분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속담이 있다. 집안에 노인이 없으면 이웃 노인이라도 빌려서 모시라고 하는 서양속담도 있다. 그만큼 노인이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소중했다는 뜻일 것이다. 지금은 어떨까. 어떤 매체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면 젊은 사람들의 노인 혐오증이 60%가 넘는다고 한다. 노인을 곱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생각하면 얼마 있지 않아 자기들도 늙은이가 될 텐데 왜 자기의 미래를 혐오하는가. 구체적인 응답을 보니 청년 응답자의 56.6%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기 때문에 그렇단다. 옛날처럼 노인을 멘토로 보지 않고 경쟁자로 보는것이다. 세대 차이는 옛날부터 있었으나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혹자는 나이 들어 즐거운 점도 많다고 하지만 그것을 어찌 젊을때의 즐거움에 비교하겠는가. 고타마 싯다르타 같은 영특한 선각자도 생로병사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 보리수 아래에서 6년이나 고행을 하셔서 깨달았는데 우리같은 범인은 60년이 걸려도 힘든 과제다. 우선 늙어서 슬픈일은 신체적인 기력과 정신적인 기억력이 떨어지며 살아가는 의욕도 줄고 사회로부터는 따돌림을 받는 것이다.누가 그런 연령에 즐거움이 있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이세상에 오고 가는 것이 내의지가 아니라 인연 따라온 것이라면, 기왕 와서 사는 동안의 몫은 내 의지다. 내가 자유롭게 설계를 해도 되고 움직여도 되고 경계가 없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있다’고 했다. 늙어도 재미있는 것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솟아날 구멍을 찾아본다면 반드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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