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나이 듦에 관하여] 무대 위에서 다시 피어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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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나이 듦에 관하여] 무대 위에서 다시 피어난 삶
  • 남형권
  • 승인 2019.09.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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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제2막, 다시 사는 사람들 우리마포복지관 시니어 극단 <오늘>

나이가 들면 점점 세상의 중심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생의 황혼기에도 당당히 수많은 관객 앞에선 사람들이 있다. 목이 쉴 때까지 수 없이 대사를 연습해도 행복하다고 말하며, 너덜너덜해진 대본을손에 꼭 쥔 채 순수한 열정에 가득찬 사람들. 연극을 통해 다시금 생의 날개를 활짝 편 서울시 마포구 우리마포복지관 시니어 극단 <오늘>을 만났다.

우리마포복지관 대강당은 월요일이면 사람들 목소리로 가득 찬다. 60대 이상의 단원들로만 구성된 시니어 극단 <오늘>이 정기 연습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앞둔 월요일 우리마포복지관을 찾았다. 강당에 들어가니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한창 연습 중이다.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환한 미소로 반기며 명절 전이라 평소보다 결석률이 높다고 아쉬워한다. 오늘은 4년째 우리마포복지관에서 연극을 지도하고 있는 전임 선생님과 배우 다섯이 모였다. 방해가 된 건 아닐까. 연습을 마저 하시라 했다. 이내 무대 위에 올라 너나 할 것 없이 대사를 외치며 바삐 움직인다. 대사 타이밍, 발걸음 하나하나가 치밀하게 계산되어 있다. 선생님이 단원들의 발성과 발음, 대사의 어조와 속도, 시선까지 세심하게 지적한다. 분장을 안했고, 조명만 켜지지 않았을 뿐, 한편의 연극을 본 느낌이다.

벨벳처럼 빛나는 백발을 가진 10년 차 배우 임순자 씨 (77세, 여). 원래는 부끄러움이 많은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말한다. 쉽게 믿기지 않는다. 방금 무대 위에서의 능청스러운 사투리 연기를 봤기 때문이다. “전 평생을 주부로 살았어요. 아이들이 모두 결혼하고 남편이 퇴직한 후 60대에 연극을 시작했죠. 다른 시니어 극단에서 3년, 이곳에서는 7년째입니다. 총 햇수는 10년이 넘었네요. 처음에는 무척 쑥스러웠지만 이젠 연극이 생활에 없으면 안 될 활력소가 되었어요. 초등학생 역할부터 어머니 역할까지 안 해본 게 없어요. 각양각색 캐릭터로 살다 보니 경험 폭이 넓어지고, 성격도 더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주변에 있던 다른 배우들이 임순자 씨가 이 구역의 ‘대본 암기왕’이라며 치켜세운다. “이상하게도 다른 건 잘 안 외워지는데 대본은 몇 번만 봐도 자연스럽게 들어와요. 오랜 시간 연극을 한 만큼 요령이 생긴 덕도 있겠죠. 집에만 있던 제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제 인생에서 엄청난 변화지요. 저는 너무행복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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