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초대석] 미술관다운 미술관을 꿈꾸는 자유인, 국립현대미술관장 윤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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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초대석] 미술관다운 미술관을 꿈꾸는 자유인, 국립현대미술관장 윤범모
  • 남형권
  • 승인 2019.09.2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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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에 2019년은 특별한 해다. 1969년 설립 이래 개관 50주년을 맞았고, 기존3관(과천관,덕수궁관, 서울관)에서 청주관 건립으로 본격적인 4관 체제가 시작된 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올 2월, 전시기획자 및 평론가로 미술계 안팎에서 활동해 온 윤범모 교수가 신임 관장으로 취임했다. 여러모로 큰 변화의 시기를 맞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윤범모 관장을 만났다.

누구에게나 문턱없는 미술관

안내를 받아 관장실에 도착했다. 정면에 길게 난 창너머로 인왕산 풍경이 펼쳐졌다. 동네 할아버지처럼 푸근한 미소를 띤 편안한 차림의 윤범모 관장이 악수를 청한다.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그의 머리가 빛났다. 그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가 모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있다. “평소 모자를 즐겨 쓰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은 모자를 안쓰셨네요.” “허허, 제가 모자가 아주 많지요. 모자를 써볼까요.” 바로 방문을 열더니 검은 색 모자 하나를 쓰고 나온다. “어떻습니까, 이 모자 잘 어울리나요?” 활짝 웃으며 묻는 얼굴에 소년같은 장난기가 묻어난다.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그가 꿈꾸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그가 운을뗐다. “미술관다운 미술관, 미술관답다는 말이 표현은 쉽지만 실제로 쉽지 않지요. 사람답다는 말에서도 사람이 함의하는 말이 넓잖아요. 문턱 없는 미술관, 내집같은 미술관을 꿈꾸고 있어요. 관람객들이 쉽게 다가올 수있는미술관이요. 물론, 전문가에겐 담론을 제공하고, 학술적 모티브를 제공해야겠죠. 그리고 국제 무대에서도 많은 역할을 할 수있는 미술관이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국립현대미술관은 유일한 국립미술관이에요. 우리 미술의 정체성과 본질, 자존심을 지키는 보루가 되어야겠죠.”

대중을 위한 미술관과 전문가에게 담론과 학술적 모티브를 제공하는 미술관이라는 두가지 목표가 미술관을 실질적으로 운용해나가는데 있어 상충하진 않을지 의문이 들었다. “오히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하죠. 전시를 기획하든, 출판이든, 미술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든 연구자의 자세로 해당 주제를 깊이 있게 천착하고 소화하여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읽는 글도 그렇잖아요, 뭐든지 육화되어 있으면 오히려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요.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받아 들일 때도 답답해하지 않죠. 그런 것이 감동을 주는거잖아요.”

윤범모 관장은 오랫동안 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며 책도 여러 권냈다.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글을 몇 개찾아 읽었는데 장황하지 않았다. 잘 읽혔고 재밌었다. 그 안에 힘이 있었다. “학생 기자 할 때 선배들에게 혼나며 배운 글이지요. 혹자는 제 평론을 보고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 다고도 하던데…(웃음). 사실 그리 악명 높은 사람은 아닌데 그렇게 비추어진 면이 있는것 같아요. 전 늘 우리 미술의 자존심을 지키자는 큰 준칙이 있었습니다. 대중의 눈높이가 관심사고, 우리 미술의 실상과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쉽게 읽을 수있는 글쓰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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