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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여행의 의미] 일상 속, 나만의 발자국으로 그리는 도시 여행여행하는 사람들, 도시 여행자 구선아

 

오랜 시간 공들여 계획을 짜고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지친 일상 속 잠시 짬을 내 내가 사는 도시 곳곳을, 동네를 둘러보는 것도 여행일 수 있다. 무심코 지나치던 거리에서 오늘 또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 동네서점 여행기 『여행자의 동네서점』, 제주 책방 여행기 『바다 냄새가 코끝에』, 소설 속에 나오는 장소를 따라 서울 일대를 여행한 책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뒤쫓다』 등의 저자이자 독립서점 ‘책방 연희’ 대표, 도시 여행자이자 도시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작가 겸 기획자 구선아 씨를 만났다.

 

Q ─ 여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여행의 개념이나 이유가 점점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집 문밖을 나가는 순간 여행이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자그만 지우개 하나를 사 도 쇼핑이지요. 언제 어디서나 마음먹기에 따라 할 수 있는 게 여행인 것 같아요. 돈과 시간을 많 이 투자해도 즐겁지 않은 여행이 있습니다. 굳이 먼 곳이 아니어도 거리와 상관없이 다른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중요하다고 봐요. 자기 자 신을 포함하여 익숙했던 것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것, 그게 여행 아닐까요?

Q ─ 도시 여행, 그중에서도 왜 동네서점을 주로 여행하셨나요?

도시 여행을 한 이유는 일상을 좀 더 풍요롭 게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글을 읽고 쓰고 무언가 를 만드는 데 있어서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받기 위해서이기도 했고요. 저는 책방 연희를 열고 저 만의 콘텐츠를 만들기 전, 광고대행사에서 10여 년 동안 기획자로 일했었는데요.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는 가운데 가장 쉽게 떠날 수 있는 곳이 바 로 서점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자연스럽게 동 네서점들을 여행하다가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 게 되었지요. 동네서점엔 책 말고도 많은 게 있어 요. 저마다 분위기도 다르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요. 모임, 강좌, 강연, 콘서트 등도 열리지요. 커뮤니티 공간으로써 동네서점의 역 할은 어느 정도 자리매김한 상태라고 생각합니 다. 대형 서점과 비교해 또 조금 다른 점이 있다 면 콘텐츠를 유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생산 하는 곳이라는 점이에요. 동네서점에 관한 책을 먼저 냈지만 제 관심 사는 서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에 있어요. 공원, 도서관, 슈퍼마켓 등 도시 내에서 특 정한 기능을 하는 공간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주로 동네서점 여행기를 썼지만 다른 작가들이 쓴 책을 보면 목욕탕만 여행하고 쓴 책도 있고, 백 년이 된 가게들만 여행하고 쓴 책도 있더라고 요. 저는 소설이나 수필 등 문학 작품 속 장소에 도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나오는 서울 일대를 여행한 책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뒤쫓다』를 썼지요. 현 재는 도시사회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어요. 자연 스럽게 도시의 다양한 장소에 대해 더욱 깊이 있 게 관찰하고 연구하는 중입니다.

Q ─ 도시 여행 중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요?

사실 모든 여행마다 그런 장면과 순간이 있 잖아요. 하나를 꼽긴 어렵네요(웃음). 코끝이 얼얼 하게 추운 날, 골목 구석구석을 걸으며 여행하고 있었어요. 너무 추워서 눈에 보이는 헌책방에 들 어갔는데 목도리를 두르신 백발의 할아버지가 정성스레 책을 고르시던 모습을 봤어요. 추위를 피해 실내로 들어와서였을까요. 아니면 할아버 지의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였을까요. 아니 면 묘한 동질감을 느껴서였을까요. 마음이 무척 따뜻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Q ─ 도시 여행을 할 때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저는 책 한 권과 카메라를 꼭 챙기는 편이에 요. 여기저기 걸어 다니다가 잠시 머무는 시간이 생길 때 책 한두 장만 보더라도 평소보다 더 마음 깊숙이 각인되는 문장이 많더라고요. 카메라는 기록하기 위해서죠.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요. 사진을 보며 그 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여행 중에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나중에 사진을 통해다시 발견하기도 합니다. 또, 여행 중에 짧게 메 모를 하는 편이에요. 중간에 잠시 카페에 들어가 서 끄적이기도 하고 숙소에 들어와서 그날 일과 를 돌아보며 적어두는 편이죠. 그리고 저는 걷는 여행을 주로 해요. 자동차 를 거의 이용하지 않지요. 자동차는 이동하다가 ‘여기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쏜살같이 지나가 버려 멈추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걷는 여행은 언제든 쉽게 걸음을 멈출 수 있고 도시의 하나하나 숨은 것들까지 오롯이 잘 흡수할 수 있 어요. 저는 자동차의 경우 속도가 너무 빨라 점에 서 점으로 간다고 생각해요. 선이 그려지지 않죠. 하지만 걷는 여행은 끊임없이 선들을 잇고 펼쳐 나갈 수 있어요.

Q ─ 도시 여행을 시작하고 이전과 바뀐 점이 있다면요?

제가 이전에 광고대행사에 다닐 때 야근이 많았는데요. 어느 날 저녁을 먹으러 나왔는데 길을 따라서 원래 없던 가로등들이 생긴 걸 봤어요. 너무 신기해서 회사 동료들에게 가로등을 어떻 게 이렇게 빨리 지었을까 물으니 동료들이 놀라면서 무서워하더라고요. 5년 전부터 있던 가로등이라고요(웃음). 어찌 보면 늘 보는 것만 보다가 본격적으로 여행을 하고 글을 쓰며 관찰의 폭이 넓어진 것 같아요. 일상 속 감각들도 활짝 열렸고요. 또, 외부 세계나 타인들만 관찰하는 게 아니 라 스스로 저를 들여다보는 일이 많아졌어요, 어쩌면 여행의 이유가 내가 나를 좀 더 알기 위해서 가 아닐까 생각해요. 내가 몰랐던 내 감정, 행복, 가치 들을 좀 더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Q ─ 여행과 삶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공통점은 여행과 삶 모두 처음에 계획한 대 로 되지 않는 점이에요. 설사 계획대로 된다고 해도 그것이 꼭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죠. 차이점은 여행은 시작과 끝을 정할 수 있다는 거지요. 하지만 삶은 시작과 끝을 정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요?

Q ─ 월간 「불광」 독자들에게 여행에 관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지치신 분들이 있 다면 일년에 한두 번의 거창한 여행만 계획하고 기다릴 게 아니라 당장 소소한 여행을 시작하라 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일주일에 한 번도 좋고 한 달에 한 번도 좋아요. 자신만의 도시 여행, 동네 여행을 떠나면 새로 발견하는 풍경과 사람들이 생길 거예요. 동네서점 같은 경우 자주 오는 손님 들끼리 친해지기도 하고 작가분들과 만날 기회 도 생기지요. 여행을 통해 신선한 자극을 받고 또 자연스레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기회도 얻을 수 있어요.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을 쓴 20 세기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인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 라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라고 했어요. 우리는 어쩌면 무리하게 시간과 돈을 들여 여행하기 에 더욱 바쁜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무엇 을 위한 여행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해요. 만약 여행의 이유가 나를 위한 것이라면 진정 나를 위한 여행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멀리 떠나는 여행보다 내 일상 속 어느 곳이 더 나를 위한 여행의 장소가 될지도 모르지요.

글. 남형권
사진. 최배문

 

남형권  nhkb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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