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불교 개론] 윤회와 해탈, 자기의 재생산과 그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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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불교 개론] 윤회와 해탈, 자기의 재생산과 그 해방
  • 장휘옥, 김사업
  • 승인 2019.08.22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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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율사라는 스님이 대주(大珠慧海, ?~?) 선사에게 와서 물었다. “스님도 도를 닦기 위해 노력하십니까?” “그렇다네.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잔다네(飢來喫飯, 困來卽眠).” “그거야 모든 사람이 다 하는 일 아닙니까? 그렇다면 그 사람들도 스님처럼 도를 닦는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렇지 않네. 사람들은 밥 먹을 때 오로지 밥만 먹지 않고 이것저것 요구가 많고, 잠잘 때 잠만 푹 자지 않고 온갖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고 있지. 그게 나와 다른 까닭이야.” 율사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운문(雲門文偃, 864~949) 선사가 말했다. “15일 이전은 그대에게 묻지 않겠다. 15일 이후에 대해 한마디 해 보라.” 스스로 대답하길, “매일 매일이 좋은 날이다(日日是好日).”

 

윤회 = ‘자기의 재생산’ 과정

지금부터 약 1만 년 전, 인류는 수렵·채집의 사회에서 농경·목축의 사회 로 옮겨 갔다. 자연에서 식물을 채집하고 동물을 사냥하는 것을 통해 음식 등을 충당하면서 생존하던 인류가 식물을 스스로 재배하고 동물을 스 스로 키워 생계를 유지하는 사회로 나아갔던 것이다.

농경 사회로 이행되면서 수렵·채집의 시대에는 없었던, 집단 내에서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 분담이 생겨났다. 농사를 짓는 사람과 농지를 지키는 전사(戰士), 계절의 주기를 파악하여 농사철의 시기를 관장하는 제사 관이라는 역할 분담이 생겨, 그 역할이 부모에서 자식으로 상속되어 갔던 것이다. 따라서 이제 인간은 자연 상태의 야성 그대로 성장하는 것이 아 니라 사회가 부여한 역할을 배우고 익히면서 성장하게 되었다.

동물을 가축화하여 지속적으로 키우고 필요한 식물을 심어서 기르는 것을 ‘동식물의 재생산’이라 한다면, 주어진 사회적 역할에 맞게 사람을 키우는 것은 ‘인간의 재생산’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재생산’이 라는 말에는 ‘어떤 목적에 맞게 해당하는 그것을 지속적이면서 안전하게 유지시켜 나간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런데 동식물과 인간의 재생산뿐 만 아니라 ‘자기의 재생산’도 있다. 이상의 재생산에 관한 내용은 바바 노리히사(馬場 紀寿)의 『초기불교』에서 도움을 받았다.

‘자기의 재생산’은 자기 자신을 자신이 욕망하는 형태로, 오랜 시간 동안, 나아가서는 이생을 넘어서 다음 생까지, 더 나아가서는 영원토록 안전하게 유지시키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누가 자신에게 심한 욕을 했다면 대부분의 경우 욕한 사람에 대한 서운함이 마음에 남고 언젠가는 되갚고자 한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욕한 상대에게 앙갚음을 한다. 그 앙갚음에 상대는 또다시 맞대응하고, 그 러면 이쪽은 또 앙갚음하고. 이런 식으로 앙갚음과 맞대응의 연쇄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이렇게 욕이 마음에 남는 순간을 기점으로 하여 욕에 대한 일련의 반 응들이 시간적 간격을 두고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마음은 하나의 심리 적·인식적 사건을 그 순간의 그것으로 끝내지 않고 시간 속에서 그에 대해 일련의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일련의 반응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쁜 반응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때로 착하고 칭찬받을 반응도 보인다. 욕한 상대를 이해하려 하거나 그를 용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속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그 반응도 그에 대 한 보상을 받기 위한 경우가 많다. 이해와 용서를 하면 자신에 대한 평판 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수도 있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 내지는 그 대가로 언젠가는 찾아올 유익한 복을 얻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한 일시적 후퇴일 수도 있다. 이러한 기대와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짜증을 내고, 다시 새로운 반응을 도모한다. 욕에 대한 반응만 지속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견해에 반대하 는 사람들에 대한 반응, 소유하고자 하는 부와 지위와 연인의 변화에 대한 반응 등도 함께 진행된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진행되는 무수한 반응 들의 다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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