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4고·8고·8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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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4고·8고·8정도
  • 전순환
  • 승인 2019.08.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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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온에서 12연기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필자가 살펴본 여러 법들에서 공통적 으로 파악되는 키워드는 집착과 번뇌 등을 통해 생겨나는 고통(苦, duḥkha)이다. 12연기가 생(生, jāti)과 노사(老死, jarā=maraṇa)로 끝을 맺고 있는 것처럼, 또한 사람 이 한번 태어나면 나이를 먹게 되고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생사(生死)의 존 재적 문제들이 석가모니의 출가에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알려져 있는 것처럼, 깨달음(覺, bodhi)이란 화두의 중심에는 늘 고통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사성제(四聖諦)에서 고(苦)와 고생(苦生)에 집약되어 있으며, 고통의 원인인 집착이 나 번뇌를 소멸시키는 길은 각각 고멸(苦滅)과 고멸도(苦滅道)로 표현되고 있다. 단순한 논리이지만, 만약 12연기의 첫 단계인 무지(無明, avidyā)에서 해방될 수만 있다면, 모든 고통은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무지에서 어 떻게 해방될 수 있을까?” 무지의 해방은 모든 법의 자성이 공하다고 청정하다고 통찰하는 진여지(眞如知)의 반야(般若, prajñā)에 의존하여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고통은 어떻게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일까?” 고통은 반야에 이르기 위한 깨달음 이자 수행의 길인 고멸도●, 즉 열반(涅槃, nirvāņa)으로 이끄는 실천 덕목인 8정도(八 正道)를 통해 소멸시킬 수 있다고 초기 불교(Early Buddhism)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과연 불교에서 말하는 고통에는 과연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 4고

기본적으로 네 가지의 고통이 있다고 말한다. 보통 4고(四苦)로 검색이 되며, 생 로병사(生老病死)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볼 수 있다. 이 용어는 범본 『팔천송반 야경』의 15장 ‘천신(天神)’에서 합성어인 자티=자라=뱌디=마라나(jāti=jarā=vi-āDHI=maraṇa)로 1회, 네 개의 단어가 각각 열거되는 경우로 1회, 각각 동일한 문단에서 소개되고 있다. 병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 뱌디(vyādhi)란 단어는 ‘장소, 상 황, 상태’란 뜻의 아디(ādhi)에 이탈의 접두사 비(vi)가 붙어 ‘(일정한/정상적인) 상태에 서 벗어나 있는 것, 무질서, 장애, 병’을 의미한다. 그런데 필자가 생로병사의 단어를 여러 경전들에서 찾아보다가 발견한 한 가지 의아한 사실은 범본 반야부의 경전들이 이 네 가지 모두를 일정하게 보 여주고 있는 반면, 팔리어 대장경(Pāli Canon, Tipiṭaka)의 경우 ‘병’이 빠진 채 ‘생 ·로·사’가 열거되거나, ‘병’이 나중에 추가 기록되는 과정이 관찰된다는 점이 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디가-니카야(Dīgha-Nikāya:22)』의 「마하-사티팟타나 (Mahā-Satipaṭṭhāna)」이고, 후자는 『상윳타-니카야(Saṁyutta-Nikāya:56.11)』의 「삿차상윳타(Sacca-Saṁyutta)」이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후자의 팔리어 텍스트로는 ‘병’의 단어가 괄호로 묶인 byādhi1의 버전과 괄호 없이 나타나는 byādhi2 또는 vyādhi3의 버전, 두 가지가 있다. 번역의 경우 타닛사로 빅쿠(Thanissaro Bhikkhu)의 영역(1993)에서는 ‘병’이 빠져 있거나4 (‘sickness’)5로 나타나는 반면, 빅쿠 보디 (Bhikkhu Bodhi)의 영역(2000)은 괄호 없는 ‘illness’6로 처리하고 있다.

| 8고

현재 이러한 누락이나 추가에 대해 누군가 구체적인 이유를 이야기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글을 준비하면서 필자가 생각해 본 한 가지 설명 가능성은 8고(八 苦)에서 찾아진다. 여덟 개의 고통이라는 8고는 생로병사에 네 가지의 고통이 추 가된 것이라고 한다. 범본 반야부에서 생로병사에 바로 이어 나타나는 이 용어 들은 예외 없이 단일어가 아닌 합성어로 나타나고 있다. 산스크리트로는 쇼카 (ŚOK-a)=파리데와(pari-DEV-a)=두흐카(duṣ-kha)=다우르마나샤(dauṣ-MAN-as-ya)=우 파야사(upa-ā-YĀS-a)이며, 각각 ‘비애·애통·고통·절망·번뇌’를 의미한다. 그런데 개수를 세어보니, 네 개가 아니라 다섯 개다. 더군다나 이 합성어는 12연기에 바 로 따라 나오는 표현이기도 하다. 『팔천송반야경』에 의존하여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다.

1 ─ 고통의 종류라며 기록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15장 ‘천신’에서 하나하 나 열거되는 단어들을 세어보면, 4고에 5고(五苦)가 추가되는 9고(九苦)가 된다.  “수보리야, 보살마하살들은…유정들 모두를 생·로·병·사, 비애·애통·고통·절 망·번뇌로부터 해방시키고 있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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