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복잡할 때, 온갖 잡념과 들끓는 감정으로 삶이 어지러울 때, 그럴 땐 잠시 모든 걸 내려놓고 쉬는 게 상책이다. 조용한 곳에서, 혼자 머물수록 더 좋다. 마치 소로의 숲속처럼.
“이따금 여름날 아침이면 나는 여느 때처럼 미역을 감은 다음 양지 바른 문간에 앉아서 동트는 새벽부터 정오까지 소나무와 호두나무와 옻나무에 둘러싸인 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고독과 적막 속에서 조용히 공상에 잠기곤 했다. 그러는 동안 새들은 내 주위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 없이 집 안을 들락거렸다. 그러다가 햇빛이 서쪽 창문으로 비쳐들거나 멀리 떨어진 간선도로에서 여행자의 마차 소리가 들려오면 그제야 나는 시간이 흘렀음을 깨닫는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중
전나무숲길이 유명한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로 이어지는 길. 절 일주문에서 걸어서 반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오대산자연명상마을(옴뷔, OMV)을 찾았다. 시원한 계곡이 흐르고, 인적이 드물고, 말소리는 더욱 멀고, 휴대전화 와이파이 신호마저 잡히지 않는 그곳에서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하루를 보냈다. 철저히 느리고 정해진 일 없던, 그날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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