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상담실] 서태지에 빠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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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상담실] 서태지에 빠진 아이들
  • 관리자
  • 승인 2007.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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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상담실

얼마 전에 KBS의 아침마당이라는 프로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인기 보컬그룹의 열풍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나간 적이 있었다.
그 프로에 나온 어떤 부모님은 이 열풍 때문에 아이를 망쳤다고 하소연을 하였다.
"중학교 때는 너무나 모범생이었는데 서태지에 빠지면서부터 성적이 엉망이 되었어요. 서태지 공연이라면 어디든지 따라가려고 하고, 심지어 무단 조퇴를 하면서까지 공연을 보러가서 애들 아버지가 난리가 났어요…."
사실 '서태지와 아이들'도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분명 문제아들이었을 것이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보면 고등학교도 겨우 진학을 했으며, 음악에만 빠져서 허송세월을 하는 것처럼 보였을테니까. 실제로 'COME BACK HOME(집으로 돌아오라)'이라는 곡을 지은 이유에 대해서 서태지가 "솔직히 말하면 나를 비롯한 세 사람이 가출을 한 경험이 있다. 그 때를 생각해서 청소년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분명히 청소년기는 격동의 시기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몸의 성숙이 급속하게 일어나서 어른과 같이 변해간다. 그러다 보니까 빨리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부모의 곁을 떠나서 독립을 해야 하겠는데, 어느 것 하나도 부모의 허락이나 간섭이 없이는 되지 않으니까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소한 이유를 가지고 부모에게 대들고, 선생님과 같은 권위의 대상에 대해서 이유없이 반항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보면, 사회적으로는 미숙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처럼 항상 부모님에게 의지만 하는 어린아이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서 청소년에게는 의지할 우상(偶像)이 필요하게 된다. 이 때의 우상은 몇 가지의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첫째는 권위적이지 않아야 하며 따라서 기성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것이어야 하고, 둘째는 자신들의 세계를 이해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셋째는 자신들도 충분히 그들과 같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거나 혹은 자신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그들을 통하여 대신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은 이러한 조건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우선 그들은 공부도 잘 못했고 학교도 제대로 못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네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해가지고 성공을 했다.
이 사실은 청소년들에게는 일종의 희망의 상징일 수가 있다. 또 서태지 스스로도 어려웠던 청소년기를 너무나 절실히 경험해 본 터이기 때문에, 그들의 노래나 가사 전체에 그런 내용이 절절히 흐르고 있다.
그 다음은 지금까지의 모든 노래나 춤과는 완전히 다른 파격적인 스타일을 택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는 끊임없이 기성의 것에 반발하기 때문에 새롭고 파격적인 것을 좋아하게끔 되어 있다. 그 동안의 노래들이 사랑이나 아름다운 것을 많이 노래했다면, 서태지는 '부모의 압제나, 돈 때문에 썩은 세상이나 눈이 멀어가는 소년의 아픔'등을 노래하고 있다. 이런 내용들은 그렇지 않아도 공부에 찌들리고 부모의 잔소리와 선생님의 매질에 억압받은 청소년들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이상과 같은 면만 놓고 본다면 서태지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나쁜 영향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을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심하게 빠지다 보니까 학교도 가지 않고 공연을 보러 간다거나, 공연장 앞에서 밤을 지새운다고 집에 들어가지 않는 청소년들도 있다는 데에 있다.
이럴 경우 아이가 성적이 떨어지고 학교를 빠지게 된 모든 원인을 앞의 부모처럼 서태지 탓으로 돌리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나 반드시 서태지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기보다는 그 전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문제가 있었는데, 서태지가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겉으로 드러난 서태지에 대한 광적인 집착만 보고 그것만 못하게 하면 모든 것이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더 큰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
대개의 청소년들은 이런 과정을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데 비해서 유난히 이런 문제에 집착을 하는 아이들은 대개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집안에서 외롭다고 느낀다거나, 부모가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겨우가 많다.
부모가 평소에 아이의 세계를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일방적으로 권위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않는다면 쉽게 이런 과정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 부모님은 나를 이해해줄 수 있으며, 항상 내 편이다'라고 아이가 느낄 수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가 일방적이어서 전혀 자신이 이해를 받지 못한다고 여기면, 그 대상을 당연히 바깥에서 찾게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 그런 식의 불만이 계속 해결이 안되고 쌓인다면 설령 현재의 서태지를 없앤다고 하더라도 제2, 제3의 서태지를 찾거나 만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기게 된다. 우선 아이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부모도 같이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청소년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상대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면 친근감을 느낀다고 한다. 물론 그 반대도 성립이 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미워한다고 느끼면 그 이유만으로도 상대를 미워하는 것이 바로 청소년들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능한 부모님들도 서태지의 음악을 들어보고 우리 아이가 왜 그토록 이것을 좋아하는가 하는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서는 아이와 함께 서태지의 음악을 가지고 한번 대화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같이 음악을 들어보고 나서 "어떤 점이 그렇게 좋으니?" 하고 물어보니까 "억압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을 했다고 하자. 그러면 어떤 점에서 억압을 받는다고 여기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의 불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은 아이가 충분히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나중에 건방지다거나 섭섭하다는 식으로 꾸중을 하게 되면 다음부터는 절대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 다음은 부모님에 따라서는 테이프를 빼앗거나 사진을 없애버리는 식으로 금지일변도로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 같다. "하던 법석도 멍석을 깔아 놓으니까 안 한다."는 식으로 오히려 허용을 해주면 어느 정도 열풍이 불다가 저절로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나이가 더 들면 서태지보다는 이성의 상대를 사랑하는 식으로 보다 현실적인 관심으로 넘어갈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참고 기다려 주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청소년들의 행동이 아무리 이해가 안 되고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그들을 믿고 이해해 주면 앞으로 몇 번이라도 바뀔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줄 것이다. 또 그런 사실을 '서태지와 아이들'은 그들의 성공을 통하여 몸으로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들도 과거에는 부모의 속을 무지무지하게 썩이던 문제 청소년들이었기 때문에.

☞ 본 기사는 불광 사경불사에 동참하신 김향애 불자님께서 입력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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