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에세이 - 살며 사랑하며] 직립 이후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 ‘걷기’와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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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에세이 - 살며 사랑하며] 직립 이후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 ‘걷기’와 ‘달리기’
  • 양민호
  • 승인 2019.07.01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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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립 이후 중력과 싸워오면서 살아온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숭고한 행위는 걷기와 달리기다. ‘걷기’부터 생각해보자. 사실 걷는다는 건 곧 ‘생각하는 일’이었다. 인간이 사색하는 동물로 자리 잡고, 사색을 통해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근본에는 ‘걷기’라는 행위가 있었다. 직립 보행을 하면 손의 관절을 이용해 네발로 걸을 때보다 35% 정도의 칼로리가 절약된다고 한다. 인류는 바로 그 남는 칼로리를 뇌에 공급했던 것이다. 손이 발처럼 걷는 것에 주로 활용됐다면 인간의 문명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따지고 보면 고대 로마 문명도 걷기가 만들어낸 문명이었다. 소나 말, 수레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지휘관이 아닌 모든 로마 병사는 걸어서 대륙을 지배했다. 로마 병사가 다져 놓은 길을 따라 지식과 기술이 전파됐고, 이 길은 유럽 문명의 핏줄 노릇을 했다. 로마 군대의 행군 속도와 행군 거리는 장거리 도보 여행의 상한선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중세에 들어서도 인간에게 걷기는 삶의 가장 중요한 일부였다. 이때 걷기는 곧 계급을 의미하기도 했다. 말이나 마차를 타고 다니는 귀족이나 기사와 평민들을 구분하는 기준점이 됐다. 이때부터 ‘걸을 수밖에 없는 사람’과 ‘걷고 싶을 때만 걷는 사람’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계급이었던 ‘걷고 싶을 때만 걷는 사람’들이 바로 18세기 산책 문화를 탄생시켰다. 생존과 상관없는 유희로서 걷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산책은 낭만주의를 발전시킨 하나의 동인이 됐다. 사상가와 문인은 걷기를 통해 세상과 자연과 교감을 시도했다.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잉글랜드와 유럽을 도보 여행하면서 낭만주의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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