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 살며 사랑하며] 이미 아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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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에세이 - 살며 사랑하며] 이미 아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
  • 양민호
  • 승인 2019.07.01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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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절 근처 좀 돌아다녔답시고 예불도 108배도 염주 꿰기도 새로운 건 하나도 없지만, 가끔 템플스테이 하러 갑니다. 똑같은 조끼를 조로록 입고 경내를 산책하는 재미가 꽤 좋거든요. 당일치기 관광객이 되어 산채비빔밥과 더덕구이 사이에 빠듯하게 시간 내서 전각 여기저기 바쁘게 들여다보고 부처님 숫자 헤아리고 갈 때보다 훨씬 느슨하고, 제법 거주민 같은 느낌도 들어요. 절밥도 맛있고요.

물론 스님과의 차담도 즐겁습니다. 어떨 땐 스승님의 말씀 같고 어떨 땐 동네 사람들과 나누는 하릴없는 수다 같은 이야기들이지요. ‘스님’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슬쩍 풀어주시는 곁에 냉큼 들어앉아서 놀리기도 하고 농담도 톡톡 던지면 착착 받아주시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데요. 그러다 보면 스님 만만해지듯 세상사도 만만해지곤 합니다.

봄의 템플스테이에서 돌아와서 스님과 차담하며 나눈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스님이 이번에 생애 처음으로 차를 사셨대. 새로운 소임을 맡으면서 아무래도 이래저래 필요할 것 같아서. 밀양에서 중고차를 인수해서 절까지 운전해서 오셨다더라고. 그런데, 차를 사니까 그만큼의 고민이 따라오더래. 돈 고민, 기름값 고민, 안전에 대한 고민…. 하나를 소유한 만큼 번뇌도 늘어난다는 걸, 소유를 줄이는 만큼 번뇌도 줄어든다는 걸 이번에 실감하셨다더라고.”

그러자 친구가 한숨을 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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