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사는 동물 이야기] 자연과 인간은 영원한 공생 관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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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사는 동물 이야기] 자연과 인간은 영원한 공생 관계예요!
  • 양민호
  • 승인 2019.07.01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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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중대 사자암 해여 스님과 야생 동물

오대산 중대 사자암에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다람쥐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사찰 경내를 제집처럼 드나들고, 사람이 건넨 과자나 견과류를 겁 없이 받아먹는 다람쥐에 대해 말이다. 지인이 장난삼아 먹이를 주듯 빈손을 건넸더니 약이 오른 다람쥐가 손가락을 물어버렸단다. 딱딱한 도토리를 깨물어 먹는 이빨이니 얼마나 아팠을까. 절에 사는 야생 다람쥐가 궁금해졌다. 오대산이 품고 있는 사찰들과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야생 동물들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야생 동물로부터 배운 중도의 의미

초여름의 오대산은 서울보다 선선했다. 비가 그친 다음이라 맑은 숲 향기가 더 진하게 다가왔다. 자동차는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 부근까지만 올라갈 수 있었다. 중대 사자암까지는 상원사 근처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 올라가야 했다. 그 전에 상원사 카페에 들러 대추차를 한 잔 마시고 나오는데, 돌계단을 지나던 작은 뱀 한 마리가 사람을 보고는 놀라 머리를 돌 사이로 숨긴다. 오대산에서 처음 마주친 동물이다.

중대 사자암까지는 계단이 잘 놓여 있어 편하게 오를 수 있었다. 사자암 입구에 들어서는데, 말로만 듣던 다람쥐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새에 숲에서 뛰어나오더니 돌계단을 지나간다. 경쾌한 움직임이다. 멈칫하거나 도망가지 않는 걸 보니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모양이다. 준비해간 잣 몇 알을 손끝에 올려놓고 눈높이를 맞추니 다람쥐 한 마리가 다가와 날름 받아먹는다.

“아마 이곳 적멸보궁을 찾는 분들 중에 악한 마음을 갖고 오시는 분들은 없을 거예요. 다람쥐들도 사람들을 겪어봐서 자신들을 해치치 않는다는 걸,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는 겁니다. 자연은 모두 연결되어 있거든요. 선한 마음으로 식물을 키우면 더 잘 자라듯이 동물들도 사람의 마음에 감응하는 것이죠.”

중대 사자암 주지 해여 스님이 차를 우려주시며 하신 말씀이다. 중대 사자암은 불상 대신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는 적멸보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것 외에도 자랑거리가 또 하나 있다. 사방이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덕분에 다람쥐와 까마귀, 고라니, 너구리 같은 야생 동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그러고 보니 자동차로 상원사까지 올라오는 동안 ‘야생 동물 주의’ 표지판이 자주 눈에 띄었었다). 새나 다람쥐가 종무소는 물론이고 법당까지 들어오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작년까지는 적멸보궁에 까마귀가 굉장히 많았어요. 사시불공을 드린 후에 마지밥(부처님에게 올리는 아침밥)을 까마귀들에게 조금 나눠줬는데,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와서 먹고 가더니 언젠가부터 그 시간만 되면 수십 마리가 와서 밥 달라고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먼저 먹고 간 녀석들이 제 친구들한테 알려준 모양이에요. 저기 가면 밥 얻어먹을 수 있다고.”

수십 마리의 까마귀 떼가 적멸보궁 앞마당으로 모여드는 모습을 상상하니 장관이 따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기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인간들이 자연의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게 되면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밥 주는 것을 멈췄죠. 겨울에 먹이가 없을 때는 조금 줄 수도 있지만, 평소에도 먹이를 주게 되면 야생 동물의 자생력이 떨어지고 개체 수가 늘어나서 생태계 전체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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