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불광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band

intagram

youtube

페이스북
밴드
인스타그램
유튜브


상단여백
HOME 월간불광 인터뷰
[지리산 암자의 숨은 스님들] 인생은 다리, 지나는 가되 그 위에 집을 짓지는 말라약수암 흥선 스님

‘숲 그늘로 새벽 창이 열립니다. 뒷담을 넘어온 오동나무 가지가 열쳐둔 창문을 기우듬히 엿봅니다. 거기서 뻗은 오동잎 부채에서 일렁, 푸른 바람이 입니다. 창문 너머, 개울 건너, 숲 그늘이 자꾸 짙어갑니다. … 하늘은, 구름은 연못 속에 자화상을 그려놓고 물끄러미 제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마당 위로 때글때글 쏟아지는 햇살에 여름이 익어 갑니다. 한낮 뻐꾸기 울음에 검푸른 숲이, 온 산이 미동조차 없이 아득한 졸음에 잠깁니다. 붉은 해가 서산마루를 넘으면 아이 부르는 엄마 목소리로 멧비둘기가 웁니다. 그 소리에 고향 마을의 저녁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아름다운 글이다. 어느 여름의 하루, 특별할 것도 없는 산사의 하루다. 날은 바뀌어도 어제 같은 오늘이어니, 오동나무 가지에 바람이 일고, 숲 그늘은 하루하루 짙어간다. 뻐꾸기 소리 아득한 졸음에 잠기고, 고향 들녘에는 저녁연기 피어오를, 무념무상의 시간들이 저렇게 흘러간다. 흥선 스님이 쓴 글이다. 스님은 책을 여러 권 냈는데, 『일-줄이고 마음-고요히』라는 책에 나온다. 좋아하는 한시를 한편 번역하고, 그 옆에 짧은 산문을 이어놓았다. 이 산문과 짝을 이루는 한시가 고려삼은(三隱)이었던 길재(吉再)의 ‘한거(閒居)’. ‘시냇가 띠집에서 한가롭게 지내나니/ 달 밝고 바람 맑아 흥취가 겨웁고녀/ 손님조차 오지 않고 산새는 지저귀니/ 대 언덕에 책상 놓고 누워서 책을 보네.’

양민호  bulkwanger.naver.com

<저작권자 © 불광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