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5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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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스크리트로 배우는 불교] 5온
  • 전순환
  • 승인 2019.07.01 16: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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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바라밀다의 의미가 일반적으로 ‘지혜의 완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칼럼에서 어원적 문헌적으로 추론해 본 의미는 ‘극도의 진여지’였고, 이는 ‘감히 오를 수 없는 경지에서 세간의 모든 법을 있는 그대로 앎’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보살마하살들이 추구하는 이 반야바라밀다는 과연 어떻게 해야 얻어지는 것일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대답은 붓다의 살아생전 당시나 지금이나 여전히 어려운 듯 보인다. 그럼에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구해야 한다면, 그 정보는 어원적 분석이나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이차적인 많은 정보들을 통해서가 아닌 바로 일차적 문헌, 즉 초기 경전들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필자는 범본 『팔천송반야경』을 한번 들여다보았다.

이 경전에서 반야바라밀다를 얻는 방법에 대한 첫 언급은 1장 ‘모든 양상의 불지에 대한 수행’에서 수보리 장로가 세존께 아뢰는 장문의 글 가운데 한 대목에서 볼 수 있다. 비교적 긴 글이라 짧게 편집하여 소개하기로 한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다에 들어가 전념할 때,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에 머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만약 5온(五蘊)에 머무른다면, 보살은 5온의 영향을 받아 반야바라밀다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5온의 영향을 받는 보살은 반야바라밀다를 파악하지도 못하며, 그렇기에 반야바라밀다에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못하고, 반야바라밀다를 성취하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5취온

이 문구에 따르면 반야바라밀다는 우선적으로 5온을 포함한 모든 법에 머물지도 영향을 받지도 않을 때, 즉 이에 집착하지 않을 때 얻어진다. 바꿔 말하면, 이는 판챠-스칸다(pañca-skandha)를 의역한 5온이 결국 집착의 요소들이고,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5온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그 본래의 성격을 조금 더 분명하게 나타내는 5취온(五取蘊)으로 불리기도 하는 것이다. 판챠-우파다나-스칸다(pañca-upādāna-skandha)를 의역한 5취온에서 취(取)는 ‘취함’의 의미이고, 이 번역이 유래하는 산스크리트 단어인 우파다나 또한 그와 유사한 의미들로 일반 사전들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이 단어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의미가 조금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우파다나는 ‘주다’를 의미하는 다(dā)라는 어근에 접두사 우파(upa)와 아(ā), 접미사 아나(ana)가 붙은 중성명사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요소는 ‘…(에)로 들어가는/향하는’을 의미하는 아(ā)이다. 이 접두사가 ‘주다’란 어근에 붙게 되면, 이 단어는 누가 무엇인가를 주어서 그것을 취한다라기보다, 자신이 자기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취한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그렇기에 우파다나는 보통 ‘(자기 자신을 위한) 취함/잡음/수용’이란 의미로 사용되지만, 불교 경전에서는 ‘집착’이란 의미로 자리 잡게 된 것이고, 불교 용어 사전들이 5취온을 ‘집착이나 번뇌로 이끄는 다섯 개의 요소’라고 풀이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온 ‐ 스칸다

『팔천송반야경』 한역본의 경우 현장은 5취온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구마라집은 온이 빠진 5음(五陰)으로 쓰고 있다. 온(蘊)은 스칸다(skandha)를 의역한 것으로 ‘더미, 집합체’를 의미하지만, 보통 ‘요소’로 번역되고 있다. 스칸다는 어원적으로 더 이상 형태소 분석을 할 수 없는, 즉 어근을 떼어낼 수 없는 단어이지만, 이와 같은 명사에서 새로운 어근을 만들어내는 현상은 종종 일어나는 현상이다. 모니에르 사전에서 a가 빠진 스칸드(skandh)를 검색하면 ‘모으다, 축적하다’의 어근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더미, 집합체’ 의미에서 새로이 만들어진 어근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리그베다에서부터 전해 내려온 이 단어의 원래 형태는 스칸다스(skandhas)이고, 그 의미는 ‘(나무 등의) 가지, 분지(分枝)’이다. 이후 아타르와베다(atharvaveda)에서 s가 빠진 형태인 스칸다가 파생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이 단어의 일차적 의미는 ‘(목에서 어깨 끝에 이르는) 어깨뼈’로까지 확대되어 사용된다. 스칸다의 경우 모니에르 영어 사전에는 후자의 의미가 1번으로 나오고, 전자의 의미가 그 뒤를 따른다.

이제 5취온이란 단어의 의미를 종합해 보면, ‘(인간의 존재에서 뻗어 나오는) 다섯 개 집착의 가지 또는 요소’가 된다. 그렇다면 집착의 요소들인 색·수·상·행·식, 이 각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너무나도 잘 널리 알려져 있는 용어들이기에 각각의 개념에 대한 정보는 책이나 인터넷 그 어떤 형식으로든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스크리트 단어만 주어질 뿐 그에 대한 어원적 정보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기에 필자는 너무 멀리 가지 않는 선에서 이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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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2022-03-13 11:13:12
ㅇ루파(rūpa)를 한국어역은 '물질'로 영어는 'form' 로 했는지 궁금했는데, 풀렸어요.
ㅡ촉각의 카야(kāy-a)를 몸으로 韓역할때 오해되었던 것이 풀렸어요.
ㅡ법을 토대로한 수-상-행, 의각을 토대로한 식, 오온과 12입처의 관계가 풀렸어요.
ㅡ색을 5근과 5경으로 구성된다고 말함을 이제야 알았네요.

ㅇ큰 도움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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