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붓다] 생각과 생각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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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붓다] 생각과 생각 사이
  • 마인드디자인(김해다)
  • 승인 2019.07.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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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개인전 <ㅐㅏㅘㅐㅏㅏㅣ> 리뷰 & 작가 인터뷰

공(空) 사상을 바탕으로 마음의 작용을 표현해온 김신일 작가의 개인전이 남양주 갤러리 퍼플에서 열리고 있다. 월간 「불광」 2018년 1월호에서 금강 스님과 함께 현대적 불교미술에 대해 논하고, 제5회 붓다아트페스티벌에서 시대와 호흡하는 청년 불교미술 작가들을 지원하고자 마련한 ‘청년불교미술작가공모전’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불교계와도 인연이 깊은 김신일 작가. 그의 개인전 현장에서 작가와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다섯 가지 색 사이의 만 가지 색
김신일 작가는 주로 무채색 계열의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장 중앙에 커다랗게 서 있는 화려한 색깔의 작품 <오색사이: In between Five Colors-space>를 보면서 작가의 작품세계에 무언가 중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색색의 폐품을 찍은 사진을 가로로 길게 늘여 세로 2m, 가로 5m에 이르는 둥글린 구조물에 부착하고, 여러 겹의 코팅 작업을 통해 고화질 텔레비전 화면과 같은 효과를 준 김신일 작가의 <오색사이>. 설명을 듣기 전에는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추상화된 폐품 이미지는 그 커다란 크기와 높은 해상도 탓에 약간의 현기증마저 느끼게 했다.

김해다
<오색사이>를 가만히 바라봤더니 눈이 좀 피로해집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사물들을 바라보거나 영화관 제일 앞자리에 앉아 내 눈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대한 스크린을 애써 마주 보는 순간의 피곤한 감정이랄까요. 고정된 인식을 넘어 실상을 보는 데 관심 있는 작가님이 의도하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신일
(웃음) 그럴 수 있겠네요. 눈과 같이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게 해주는 감각 기관은 이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애매한 것을 맞닥뜨렸을 때 다소 힘듦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눈의 피로감을 주려 구체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작품을 구상하며 명명백백하지 않은 모호한 상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김해다
그 모호함과 현기증은 ‘사이’라는 단어와도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요. 작품의 제목인 <오색사이>는 어떤 의미인가요?

김신일
지난 개인전을 준비할 무렵부터 ‘생각과 생각 사이’의 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한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과 다음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는데요. 『도덕경』 12장의 첫 구절로, 다섯 가지로 구분된 색깔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는 뜻의 ‘오색령인목맹(五音令人耳聾)’이 저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여기서 오색은 오방색, 즉 청􀇁황􀇁적􀇁백􀇁흑 다섯 가지로 색깔을 구분하는 기준을 말합니다. 세상에는 이 다섯 가지 색깔 말고도 수천, 수만 가지의 색깔이 있는데도 오색의 구분에 사로잡혀 실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그것은 맹인과 같다는 뜻이지요. 제가 작업을 통해 보고자 하는 ‘생각과 생각 사이’가 이 이야기와 맞닿아 있는 것 같아 <오색사이>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김해다
작년, 금강 스님을 모시고 마련했던 차담 자리에서 스님께서 그 ‘생각과 생각 사이’를 ‘진공묘유(眞空妙有)’와 같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이 나는데요. 이와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색사이>의 이미지가 쓰레기를 찍은 사진을 가로로 늘린 것이라 들었습니다.

김신일
우연한 기회에 폐품 사진을 오랫동안 보게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폐품 역시 ‘사이’의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에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버려진 물건들, 이름과 정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엇’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 폐품들의 그 애매모호한 상태가 재미있었습니다. 계속해서 구분 짓고 정의내리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인간 인식의 한계로 인해 가려져 있는 아름다움의 단계가 있다면 바로 폐품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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