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제자 이야기] 아나율 존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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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제자 이야기] 아나율 존자 2
  • 이미령
  • 승인 2019.05.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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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체를 목에 두른 나무꾼 이야기

왕자였던 시절부터 스님이 된 이후까지 부족한 것을 겪어본 적이 없는 아나율 스님! 대체 전생에 무슨 복을 그리 지었는지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습니다. 맛난 공양을 드신 도반 스님들을 향해 아나율 스님이 자신의 전생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들려줍니다.

오래전 어느 생에선가, 아나율 스님은 바라나성에 살고 있는 가난한 나무꾼이었습니다. 나무를 해다가 장에 내다 파는 나무꾼 신세라 늘 무일푼 신세였지요.

한때 이 나무꾼이 살고 있는 도시에 흉년이 들었습니다. 굶어 죽는 사람이 속속 나왔고 거리에는 시체들이 즐비했습니다. 이런 와중이니 탁발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수행자들은 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아침, 파사타라는 벽지불 한 분이 탁발에 나왔다가 들고 나온 발우를 그대로 들고 다시 성을 돌아 나오게 되었지요. 가난한 나무꾼이었던 전생의 아나율이 그 벽지불의 빈 발우를 보고 말했습니다.

“제 집으로 가시겠습니까? 변변찮지만 피밥 한 그릇이 있습니다. 그거라도 드시지요.”

나무꾼은 벽지불을 모시고 자기 집으로 가서 피밥을 보시했습니다. 공양을 받고 벽지불이 떠나간 뒤 나무꾼은 땔나무를 마련하려고 성 밖 공동묘지(시다림) 근처로 가서 나무를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백골이 다 된 시체 하나가 벌떡 일어나더니 그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더니 나무꾼의 목을 끌어안는 것 아니겠습니까?

너무나 놀라고 무서워서 나무꾼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습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시체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그의 목을 꼭 끌어안은 시체는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몸부림치고 구르고 두 손으로 붙잡고 떼어내려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새 해도 기울고, 나무꾼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시체를 목에 두른 채 성안으로 돌아오게 되었지요. 사람들은 그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습니다. 나무꾼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 이 시체를 떼어내 주십시오. 저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이 시체를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달아나던 사람들이 모두 몰려들었지만 나무꾼 목에서 시체를 떼어낼 수는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나무꾼은 시체를 목에 두른 채 집으로 돌아왔지요. 그런데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일까요? 나무꾼이 집으로 돌아와 다시 한 번 시체를 떼어내려는 순간 백골의 시체는 스르르 떨어지더니 황금으로 변했습니다. 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나무꾼의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니 공동묘지에서 그토록 나를 괴롭혔던 시체가 황금 덩어리였단 말인가. 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나는 그토록 지겹던 가난을 벗어나게 됐구나. 정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러나 이내 나무꾼은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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